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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Aug 13. 2022

여행과 두려움

32살, 미국 서부 여행

[trip film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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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여행하면서 이전에 느껴본 적 없었던 종류의 두려움을 종종 느꼈다. 포틀랜드는 홈리스가 특히 많았다. 바닥에 누워 몸 전체를 얇은 천 한 장으로 가린 탓에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부터, 낡은 텐트를 이어 붙여 공동 거주하는 사람들, 정신이 반쯤 나간 채 허공에 혼잣말을 하며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튼 정말 많았다. 포틀랜드 Saturday market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목에 조금 위험한 구역을 지나쳤는데, 그때 연속으로 마주친 10여 명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짐을 싸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숙소는 유니언 스퀘어의 호텔로, 명동처럼 백화점이 밀집한 도심지였는데, 거기는 도착하자마자 출입이 통제되었다. 호텔 바로 앞 골목에서 총기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한인 마트 앞 거리에서는 조금 더 실질적인 위협이 있었다. 친구들이 마트 주차장에 있는 동안 나는 혼자 커피를 사려고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옆을 걷던 한 흑인이 갑자기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길가의 쓰레기통도 발로 마구 찼다. 나는 내 근처에 있던 두 명의 행인과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로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으로 피신했다. 그 흑인은 마치 놀이동산의 퍼레이드 행렬처럼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괴성을 지르면서 지나갔고, 그가 한 블록 이상 멀어진 다음에야 나는 겨우 진정하고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직접적인 위협을 한국에서는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매우 낯설었다. 물론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히는 경우는 적겠지만, 적어도 ‘그럴 수도 있다.’라는 감각에 여행을 마냥 편하게만 즐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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