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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Aug 29. 2022

놀고먹기 이미지 리스트

32살, 미국 서부 여행 (5)

[trip film 링크]

https://www.instagram.com/reel/Chw_ZVfg6__/?utm_source=ig_web_copy_link


아직도 생생한 장면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테니스코트. 기대 없이 우연히 만난 순간이라 더 좋았다. 롬바드 스트리트 근처의 작은 공원을 구경하다가 혼자 산책을 하던 인도인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가 대뜸 위를 가리키면서 저 위에 가면 좋은 뷰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가보니 정말로 그랬다.


언덕을 따라 휴양용 목조 주택들이 사이좋게 서있고, 그 앞으로 큼직한 테니스 코트와 농구장에서 몇몇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테니스 코트의 펜스 너머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와 알카즈라즈 섬이 한눈에 보였다. 비디오 게임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날씨에 탁 트인 풍경을 보면서 테니스를 한두 시간 치고 샤워를 한 다음 머리가 깨질 것처럼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어떨까. 지금 보이는 집들 중 하나를 별장으로 두고 일 년에 두어 번 오는 삶은 어떨까. 친구들과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걸었다.


종일 놀고먹는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게 좋을지를 종종 생각한다. 그러면 요가, 수박주스, 마사지, 독서 같은 이미지들이 그려진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그런 ‘놀고먹기 이미지 리스트’에 하나가 추가되었다. 주말 오전, 뷰가 좋은 코트에서 테니스 치기. 물론 나는 테니스를 거의 칠 줄 모르고, 한국에서 뷰가 좋은 테니스 코트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런 이미지가 하나씩 쌓이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즐거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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