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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Sep 11. 2022

천국과 지옥

32살, 미국 서부 여행 (7)

https://www.instagram.com/p/CiVMLWCAdYR/


끝없이 너른 포도밭과 목가적인 와이너리가 들판 가득 이어지는 곳. 나파 밸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400여 개의 와이너리 중 두 군데밖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원하던 건 모두 얻었다. 따사로운 햇살, 건강하게 자라는 포도들, 와인, 치즈, 산책.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한 와인 네 병도 여행 내내 즐겼다.


밤에는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미국 전역에서 펼쳐졌고 샌프란시스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독한 안개 탓에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 대신 탄식을 뱉었다. 밤하늘은 전쟁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길하게 물들었다. 30여 분간의 쇼가 끝난 후 우리는 인파에 섞여 숙소까지 걸었다. 차이나타운 곳곳에서 사람들은 따로 구매한 불꽃을 화풀이하듯 터뜨렸고,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랐다. 영화 조커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결과적으로 낮에는 천국에 가까운 곳, 밤에는 지옥에 가까운 곳을 경험한 셈인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둘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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