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라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굉장히 서투르다.
그래도 내가 다년간 상담을 받고, 나도 누군가를 상담해주는 위치에 있으면서,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데는 어느정도 성공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의 외침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서투르다.
왜냐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들의 그 반의 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도 많고, 그러한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남들과 얘기를 하면서도 어떻게 말을 해야만 내 의도가 분명하게 표현이 되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은 나의 사적 언어로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조잘거리고 있기 때문에 무슨 말을 어떤 내용으로 되뇌이고 있는지 조금은 짐작은 하지만, 왜 그 생각이 떠오르고 어떤 이유로 그 사적 언어를 육성으로 꺼내주고 싶은 그 마음, 나는 이 마음을 보통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감정은 늘 언어 표현의 수면 아래에 잠겨져 있는 듯하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꼈던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꺼내고 싶은 나의 분명한 의도와 의도 밑에 숨겨진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내가 상담을 하면서도 내담자들이 표현하는 언어 밑에 숨겨진 마음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서둔마인 나는 매일 매일 정서둔마의 벽에 부딪히며 내담자들의 심연 속에 휩싸여진 마음의 바다를 탐험하고 있다.
내가 정서적으로 둔감하게 된건, 아마 살아오면서 감정을 나도 모르게 드러내는 상황, 감정을 내 스스로가 표현하는 상황이 나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고, 감정 표현 자체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 오해나 문제를 불러일으킬수도 있음을 내가 경험하기도 하고, 그러한 상황을 주변에서 보고 배운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든 공통적으로 감정 표현은 나쁘다는 신념을 만들게 되어, 나는 이 신념이 맞다고 생각하며, 생활하다보니 감정이라는 부분을 서서히 나도 모르게 얼려갔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또 표현은 최대한 절제하며, 맞는 것도 아닌 척하며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된다는 우리 아빠의 목소리를 내재화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모님과 내주변 사람들 또한 나의 감각을 점차 죽여나간 감각살해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그 동안 그런 마음 조차도 없다고 생각해온 나에게도 마음이 있고, 그런 마음을 느끼는 감정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렇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는 것이 나라는 객체를 표현하면서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자 과정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분명한건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는 감각은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냥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걸 타인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고(다만 적절성의 여부에 대해서 참고 정도는 가능하겠지), 오직 나만이 이에 대해서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해석, 평가, 판단의 기준의 지분은 내 세상과 타인 세상이 모두 소유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그 지분율이 변동될 뿐인거지 그래도 결국 내 세상의 지분이 조금 더 우선권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갖고 있는 틀과 잣대로 내 마음을 해석하고,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일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무의식속으로 지금도 감정을 집어놓고 있는 중이며,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아 놓은 나의 감정들은 언젠간 살다보면 터진다. 그 터짐이 누군가는 분노폭발, 어떤 사람은 우울의 모습으로, 혹은 불안함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마음들이라,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스무고개 하는것처럼 헛다리도 짚을 때도 있는 건데, 나는 그 헛다리 짚는게 늘 싫었던것 같다. 그래서 잘하는 척하는 가면을 쓰고 살다보니 또 정서둔마로 가는 여정에 자연스럽게 편승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도 내 스스로가 갑작스럽게 내 감정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 감정에서도 자유롭게 살기위해 오늘도 감정을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생각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통해서 느낀건, 내 스스로가 지각하는 것들을 언어로 잘 만들어서 표현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개인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는걸 배웠다. 그래서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생각이라는 옷 속에 숨어있는 감정 또한 잘 살펴보고 이를 적절한 언어로 잘꺼내주는 일이 생각의 표현 만큼이나 한 인격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내 감정이 이해가 잘 안될 때는, 글로 표현하거나 말을 뱉어보기도 하면서 지금 어떤 기분이 짐작되는지 느껴보기도 하고, 혹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상황들을 얘기나누며 그 사람은 그때, 직접 어떤 기분이나 마음이 들었는지 들어보기도 하며, 또 내가 모르는 감정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유형의 감정들이 있는지 공부해보기도 하며,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가 하나씩 숨죽여나갔던 나의 감정들을 되찾기 위해서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죽여나갈 수 밖에 없었고,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감정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이런 글들도 결국 내 감정과 감각을 되찾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수 있겠지.
난 이 글을 쓰면서 글을 썼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웃음짓고 있는걸 보니 지금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것 같다. 이 글은 결국 나의 행복을 담은 글이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내가 경험하고 있는 행복을 맛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