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나랑나 Apr 27. 2022

보이지 않는 벽과 마주한 느낌, 답답함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을까? 출구는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요즘 몇일간 나의 상황이 딱 그랬다.

깜깜한 터널 속에 나 혼자 있는 기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이 항상 내 앞에 있어서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느낌. 그래서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찾고 싶지만 찾아지지 않고, 벽을 밀어내고 싶지만, 밀리지도 않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나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나 생계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정말 이 상황은 숨쉬는 순간 순간 마다 터널 속 어둠은 더 짙어지는 것 같고, 생각할 때마다 벽의 두께는 더 단단해져서 내가 밀어내지도 못하는 상황이 자꾸 생기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우울하진 않다. 슬프지도 않다. 그냥 답답해서 무기력해질 뿐이고, 갑자기 어떤 순간에는 의욕을 찾다가 다시 깊은 수렁이에 한참 빠지는 그냥 그런 싸이클의 반복이랄까.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맘 먹었으면, 두 가지일의 병행은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지 막상 정말  2022년 하반기에 내가 성과를 내야만 하는 2022년도에 들어왔고, 디데이에 점점 다가가가는 것처럼 느껴지니 내 하루 하루가 점점 메말라가고, 성과를 위한 일이 상황에 치여서 못하게 되고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며 하지 않는 걸 보니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조바심만 자꾸 더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2022에 들어섰을 때는 '까짓것 어차피 해야되는거, 고통에서 뒹굴면서 즐기며 해보자. 일년 그냥 나죽었다고 생각해야지!',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못해내면 다른 일은 내가 감당하지도 못할거야. 그러니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니 이왕 그 축복을 제대로 한번 즐겨보는 시간을 가지자.' 하면서 나를 다잡아갔는데, 그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힘들다.', '왜 나는 제대로 하는게 없을까?' 이 생각이 자꾸 들면서 나를 수렁으로 더 빠트리는 것 같다.


수렁에 빠지면 빠질수록 그 어둠은 더 짙어지고 내 답답함만 늘어가고, 더 혼자 그 안에 외롭게 서있는 기분이 자꾸 든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아무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부럽고, 나와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계속 마주치게 해주는 감옥으로 나를 더 몰아넣는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은 '무기력'이라는 단어들과 자주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출구도 더 보이지 않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상황들은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내 나름대로 조금씩 해나가면서 그 흐름을 탄다면, 분명 시간은 지나갈거고, 시간이 주어진 뒤에 그 때의 마음고생 결과로 손에 쥐어지는 것이 분명히 있겠지. 나도 안다. 근데 단지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걸.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일도 있지만, 그에 반면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다.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고, 부모님하고의 관계도 그렇고, 가족하고의 관계도 그렇고, 또 특히나 나, 나라는 사람의 내면인 내적 경험과 관련된 일,  나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하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은 특히나 더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런 일이야 말로 시간이 지나져야 보상을 얻게 되는 일이며, 나는 그런 일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가는 걸 선택하는 편이라 늘 나를 끊임없는 가시밭길에 몰아넣게 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답답함을 마주하는 일은 늘 고통이고, 힘들다는 아우성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안다. 언젠가 이 시간이 지나가면 나는 분명 내 손에 내가 원하는 것을 쥐고, 환하게 웃고있을 것이라는걸, 지금의 이 숨막힘과 답답함과 고통은 그때의 내가 얻게 되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는 것을.

그럴려면 지금 그 디데이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과 그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그때 그때 느껴지는 희노애락을 쏟아내면서 그렇게 함께 살아내야 하며, 또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문은 바로 그것인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리고 내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어떻게서든 조금씩이라도 해내는 것.

해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정들하고도 친해지는 것.

울면서 해도 괜찮고, 화내면서 해도 괜찮고, 때로는 무기력해져서 느릿느릿한 속도로 해도 괜찮은 것. 그러니

뭐든 괜찮으니 일단 내게 주어진 일을 조금씩이라도 스스로가 해내는 것.



작가의 이전글 무기력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