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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Sep 19. 2022

10. 꼭 들으세요, Presessional 코스

영국 대학생활 연착륙을 위한 최고의 선택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은데 영어성적이 모자라신다고요? 영어성적은 좋지만 국내에서 배운 영어로 정말 영국 석사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되신다고요? 야! 너두 할 수 있어! 석사 예비 언어과정, Presessional(이하 프리세셔널) 코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araboja. 


1. 프리세셔널 코스가 뭐예요? 

영국 대학원은 학점과 학업계획서, 이력서 등을 통해 먼저 어드미션을 발행한다. 입학 요건의 하나인 공인 영어성적은 입학 전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이 점을 이용해 대학은 저마다 영어성적이 모자라는 학생들을 위한 자체 단기 언어교육과정을 제공하는데 그게 바로 프리세셔널 코스다. 해당 코스를 무사히 이수하면 석사 과정에 합당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추가적인 영어성적 없이 최종 어드미션을 발행한다. 


당연히 강의료는 비싸다. LSE 기준 5주 과정에 약 6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프리세셔널 코스란 대학이 호구같은 외국 유학생들에게 시작도 전부터 빨대를 꽂는 것이라 하겠다. 

감정있는 ATM, 그거슨 외국 유학생...


2. 알고보니 혜자잖아? 생각보다 알찬 프리세셔널 코스 

주당 100만 원의 학비는 물론 기숙사와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이 악물고 영어성적을 따서 바로 석사코스부터 듣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 같지만, 막상 프리세셔널을 마친 입장에선 '이걸 안 들었으면 어쩔 뻔 했냐'는 아찔함마저 든다. 실제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은 영어 성적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돈을 주고 프리세셔널을 수강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프리세셔널이 단지 영어 뿐만 아니라 아카데믹 프로세스 전반을 훈련시키는 '석사 과정 선행학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졸업논문이 없이 학사를 주는 곳이 태반인 국내 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양식으로 학문 에세이를 쓰는 방법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꼭 프리세셔널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가뜩이나 짧고 굵은 영국의 석사과정이기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사전에 해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석사 과정은 마시면서 배우는 술자리 게임이 아니니까. 

코스 첫 주차. 에세이(망치질)를 쓰고 있는 유학생과 그걸 지켜보는 교수님.gif (그리고 그조차도 못하고 안겨있는 나...)


3. 코스의 구성 

앞서 얘기했듯, 프리세셔널은 영어성적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주로 듣는 코스이지만, 그렇다고 어학원 같은 과정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코스에 영어 그 자체를 가르치는 커리큘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 가지고 있는 영어실력을 조금 더 아카데믹하게 바꿔주는 것에 모든 커리큘럼이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면 논문이나 에세이에서의 의견과 정보들은 주로 어떤 시제로 표현해야 하는지, 인용하는 문장들을 어떻게 다른 표현으로 변형해서 적어야 하는지(paraphrasing), 강의를 들을 때 어떤 방식으로 노트 테이킹을 해야하는 지 등이다. 

LSE 5주 과정 프리세셔널 주간 시간표 


프리세셔널은 아이엘츠와 달리 실제 대학강의 자료들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유학이 처음인 학생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실제 대학에서 강의하는 논문과 저널로 읽기 과제를 수행하고, 실제 lecture로 리스닝 강의를 진행하며, 실제 석사과정처럼 프리젠테이션과 토론을 하며 말하기를 배우며, 정말로 시험을 치듯이 매주 timed writing(시간제한 에세이)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외국 뉴비들은 실제 석사과정의 난도와 과정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4. 코스의 강도 

이 역시도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들어 와이프가 다니는 골드스미스 대학의 경우 휴게시간을 포함해 하루 3시간 정도 강의를 진행한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리세셔널 코스 때문에 미리 영국으로 건너갈 필요가 없다. (사실 '건너갈 필요가 없다'기 보다는 '건너갈 수 없다'가 맞다. 어차피 온라인 강의는  VISA가 나오지도 않기 때문이다). 와이프 말에 따르면 강의시간은 짧지만 꽤나 많은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코스의 강도가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한편 LSE는 프리세셔널 코스를 대면강의로 진행하기 때문에 VISA를 발행받아 영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코스도 휴게시간을 포함해 하루 5시간 이상 진행된다. 학습량도 만만치 않다. 매주 달라지는 주제와 관련된 20페이지가 넘는 논문 3개를 꼼꼼하게 읽어가야하고 그 와중에 틈틈히 자잘한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때론 친구들과 같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논문을 각자 정리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도움이 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시간제한 글쓰기(timed writing)이다. 1시간의 제한시간을 주고 600단어의 에세이를 자필로 적어 내게 하는 테스트인데, 매주 점수가 당락에 반영되진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은근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언제나 이 악물고 하게 되더라. 

학기 시작도 전에 도서관이라니...

결론적으로 특히 LSE의 프리세셔널 코스의 경우 주중에는 오롯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야할 정도로 녹록치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단기간에 상당히 성장하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코스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5. 총평

물론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돈값을 하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앞선 설명에도 은연 중에 프리세셔널의 장점을 녹여놨지만 그 외에도 프리세셔널이 좋았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1. 영국 교수들이 선호하는, 한국과 미묘하게 다른 에세이의 포인트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대학 시절 썼던 에세이는 나의 생각을 많이 녹여내는 형태였다면, 영국은 짧은 개인 의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효율적으로 배치하는가를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 한 3주차까지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에세이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2. 표절과 인용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정확하게 배우게 된다. 결국 논문을 쓰는게 최종 목표인 석사 과정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번외로 요즘 논문 표절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논문에서의 인용이 얼마나 꼼꼼한 약속 아래 행해지를 배우고 나면 지금의 국내 정치 상황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도 매우 잘 알게 된다. 

3. 매우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본코스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겠지만, 프리세셔널 코스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영어가 좀 서툴 뿐이지 북경대, 동경대 등등 이만저만한 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좋은 업무 경력까지 있는 황금인맥들이다. 게다가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적다. 그것이 말하기 능력 향상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는 걸, 코스가 끝나고야 알게 됐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2번의 이유 때문에라도 프리세셔널 코스를 꼭 한 번 수강해보시길 권한다. 


5주간 늘 출퇴근 했던 애증의 도서관. 이제 곧 더 자주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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