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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r 08. 2023

인플레이션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대충 바라본 시장 단상(2023년 2월)


(2월 말부터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완성하기가 귀찮아 내버려뒀던 글인데 너무 늦어서 시기를 놓치면 뒷북 치는 글이 될까봐 일단 대충 쓰던 부분이라도 올려봅니다.)




1. 인플레이션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썼듯이 2021년 ~ 2022년 인플레이션 사태는 일종의 여러가지 (미필적고의와 같은) 기저 원인들이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어 분출한 대형 사고와 같은 일이었다. 


그 기저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① 노동력 부족

② 공급망 혼란

③ 현금성 부양책

④ 그린플레이션 + 원자재 투자 부족

⑤ 원자재 수출국가들과 미국간의 갈등


이 중 몇가지는 아직 남아있으나, 점차 완화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건과 원자재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공급망 혼란이 진정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멈춘 가운데에서도 가격이 오른다면 이는 결국 여러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자극하는 중심에 핵심적인 동력이 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핵심 동력이 노동시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구직자 1명당 2개 가까운 일자리가 남아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감원을 한다고 겁주지만 그 감원한 인력들은 즉시 재채용되며 실업자로 남아있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 미국은 제조업 일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는 제조업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일 할 사람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성과 중 하나로 사람들은 현재 소득과 자산을 기반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미래에 예측되는 소득과 자산을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는 주식 계좌에 손실이 발생하면 소비를 줄이고, 주식 계좌에 이익이 발생하면 비싼 것도 기꺼이 소비한다. 


결국 풍부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임금을 인상시켜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사람들의 소비를 자극하여 수요의 증가를 발생시킨다. 


과거에도 실업률이 낮을 때에도 이 정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히 실업률이라는 숫자만 가지고는 판단 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같이 뭉뚱그려서 똑같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2400인 것만 가지고 2018년, 2020년, 2023년 상황이 같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은 세계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개방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이 빠르게 아시아의 저임금을 이용할 수 있었고, 미국이 중동을 정리(?)한 덕분에 중동의 에너지 공급은 안정적일 수 있었다. 


지금은 실업률이 과거와 똑같이 낮지만 제조업이 중국을 떠나 비용이 더 비싼 곳으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이며, 세계 각국이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비용은 더 높아지고, 원자재 자원 개발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같다고 해서 모든 조건이 같을 수 없는 것이다. 






2. 사람들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른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항상 본격적으로 금리를 조절하기 앞서 수많은 구두개입과 분위기 조성을 한다. 이는 그들이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금리라는 도구는 투박하고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크게 주는 도구이므로 그 도구를 휘두르기 전에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적당히" 행동을 조절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문제는 군집을 이룬 사람들의 행동에는 "알아서" "적당히" 라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행동은 미래를 바라본다. 미래가 긍정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은행 이자로 나가는 돈이 한달에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오른다고 해서 갑자기 지금 당장 필요한 자동차를 내년에 사야겠다고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기껏해야 작은 사치를 부리던 고급 휴지를 저품질의 값싼 휴지로 바꾸는 정도의 행동이 일어날 뿐이다. 


다시 한번 가정해보자, 이자가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오르는 정도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의 행동은 갑자기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이자가 110만원에서 120만원이 되면 살짝 더 부담스럽지만 아직은 행동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점점 진행되어 14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바뀌는 순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사람들은 모든 행동을 극단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 시점이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바라는 그림은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금리를 0.25%에서 0.5%로 바꿨을 때 3명의 사람이 행동을 바꾸고, 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을 때 다시 5명의 사람이 행동을 바꾸고, 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을 때 다시 5명의 사람이 행동을 바꾸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동작하지 않는다. 금리를 0.25%에서 1%로 올려도 거의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계속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여 예를 들어 4.5%에서 4.75%로 바뀌는 순간 다수의 사람들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행동을 바꾸게 된다. 


중앙은행은 사람들의 행동이 점진적으로, 적당한 수준으로 바뀌길 바라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갑자기, 극단적인 수준으로 바뀌기가 쉬운 것이다. 그래서 모든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그 끝에는 항상 갑작스러운 경기침체 발생이 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로 인한 금리 상승 국면에서 사람들의 행동 변화도 이와 같이 동시에 극단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극단적으로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노동시장에 근거한다는 1번과 합쳐서 본다면 결국 경제가 갑작스럽게 위축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서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3. 미국 정부는 정말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나?


사람은 말보다 행동을 봐야 된다. 


나는 이 사실을 지난 정부를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집값 상승의 핵심임에도 정부는 공급 증가보다는 세금이나 대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그냥 의심의 수준이었겠지만,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준 것은 청와대 참모진들이 자신이 보유한 다주택을 팔기보다는 차라리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주택가격의 안정보다는 부양이 더 좋다는 쪽이라는 의견 공유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당파를 떠나 과거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성공한 방법이기도 했다. "뉴타운"이라는 마법의 주문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던 서울 시장도 존재하지 않았던가? 


2021년부터 등장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 또한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연준의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연준에게 떠넘기더니 행정부는 친환경, 리쇼어링, 현금성 부양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모든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소이지 완화하는 정책은 단 한가지도 없다. 


생각해보면 인플레이션은 결국 빚쟁이들에게 유리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대 빚쟁이는 바로 미국 정부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의 실질가치가 하락한다면 미국 정부의 부채는 엄청난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 이 또한 과거 많은 정치인들이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은 경제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있어 원자재 가격이 아주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친환경 타령으로 인해 원자재 투자가 위축된 상태이므로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강력한 경기침체 징후라고 할 수 있다. 경제에 좋은 것은 원자재 투자로 인해 생산력이 향상되면서 발생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다. 






4. 결국 지금은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골디락스 환경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어떤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에 기반하여, 그것이 지속되리라는 기대를 하며 행동을 한다. 


하지만, 마침내 그 경험과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기존 경험에 익숙한 사람들은 쉽사리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경향이 추세로써 동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크게 두가지 변화가 발생되고 있으나 사람들이 아직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과거 한때 경제학에서는 필립스 곡선이라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간 기계적 측정법이 정설처럼 여겨졌던 시기가 있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작 메커니즘의 배경에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조/소비 단일 시장이었던 미국이 마치 폐쇄된 환경과 같은 상황을 상당기간 동안 유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고 미국인들이 이를 소비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만든 물건을 세계 각국에 나눠주기까지 해야되다보니 미국의 생산력이 부족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1990년대를 지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각종 군수물자를 만들던 생산능력은 소비재를 만들기 시작했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제조업에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었으며,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까지 큰 소비 시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더 이상 미국의 실업률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 유발의 신호가 되지 못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가까운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판단을 내리기 쉽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실업률이 낮아지기만 하면, 인플레이션이 조금만 뜨거워지려고 해도 사람들은 1980년대 이전까지 발생했던 인플레이션을 떠올리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자리잡자 이번에는 반대의 현상이 생겨났다. 이제는 반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1980년대 이후 그러했듯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고 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골디락스 환경이 "곧 바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골디락스 환경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 유지되었던 몇가지 환경이 돌아와야 한다. 크게 ① 중국의 인플레이션 흡수 ② 큰 전쟁이 없는 환경 + 풍부한 원자재/에너지 공급 ③ 재정 정책보다는 통화정책 우선주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유발 원인은 이 세가지와 반대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세가지가 돌아온다면 골디락스 환경이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는 많이 바꿔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두번째 변화가 등장한다. 바로 중국의 변화이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은 1980년대 후반 덩샤오핑 시대부터 활짝 열었던 개방의 문을 서서히 닫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문을 닫는다기 보다는 공산당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미국에 의한 통제를 거부한다는 표현을 쓰겠지만,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이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을 단순히 장기 독재의 시작 정도로 인식하던 사람들은 이제 시진핑의 장기 집권이 중국이 극보수적인 공산주의로 회귀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국과 미국 모두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바람에 중국의 대만 침공이 상당기간 후퇴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을 절대 대만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도 밤낮없이 해군 군함을 찍어내고 있고, 이대로 간다면 3~4년 후에는 중국의 해군력이 미국(+동맹국)의 태평양 해군력을 상회하는 순간이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도 중국은 결국 대만을 침공하거나 또는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만을 미국에서 떼어내어 중국의 밑으로 흡수하는 형태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권위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서도 중국은 대만을 포기할 수 없고,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3~4년 후까지 안가더라도 당장 중국의 러시아 공격 무기 지원은 새로운 갈등 발생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연일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특별한 대꾸를 한 바가 없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여 패전국이 되어 미국의 세계 영향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러시아 시장에 좀 더 많은 수출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과거처럼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흡수하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각종 제조업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만드는 물건 중 미국에서 유통되는 것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1980년대 이전처럼 상당 부분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이 소비하는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사람들이 골디락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는 새롭게 바뀐 현실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2부에 계속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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