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걸어온 만큼 보이는 길

요가 한 번으로 뭐가 얼마나 많이 바뀌겠어

"요가 한 시간으로 뭐가 얼마나 많이 바뀌겠어"


아무런 기대나 바람 없이 요가를 시작했다. 한 시간에서 길게는 90분 까지 선생님의 동작을 그저 따라 했다. 요가 후에는 무언가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산뜻했다. '요가하기'를 목표로 정한 후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요가를 했다.


요가원 스케줄에 새벽, 낮, 저녁에 수업이 있었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새벽 수업을 듣고, 브런치를 먹고 점심 수업을 듣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수업을 들었다. 어느 날은 수업 중 머리서기 동작이 있었다. 정수리를 매트에 내려두고 두발을 하늘로 쭉 뻗는 동작, 멋있었다. 그런 날은 숙소에 돌아와서 기억을 더듬어 동작을 연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동안 요가를 했지만 딱히 바뀐 것은 없어 보였다.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은 지옥 같았고, 잠든 시간은 천국 같았다. 초점 잃은 두 눈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기를 반복했다.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해내지 않으면 하루가 의미 없었다.


요가 수업 중 선생님이 말했다. "위축된 가슴을 펼쳐는 방법은 가슴을 움츠리고 있던 시간만큼 펼쳐는 시간을 보내야 해요." 목표가 생겼다. '무의식 적으로도 계속 위축되는 가슴을 펼쳐는 요가를 하자!' 엎드려서 가슴을 펼쳐고, 앉아서 펼쳐고, 등을 대고 누워서 펼쳐고, 벽을 사용해서 펼쳐고, 서서 가슴을 펼쳐고, 잠잘 때도 가슴을 펼쳐낸다. 어느 날 답답한 듯 체했던 체기가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렸다.



"나는 3일 동안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이 만뜨라가 내게 맞지 않는 것 같으니 다른 걸로 줄 수 없나요?" 그래서 빠딴잘리는 말하기를 "오랫동안"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마치 어린아이가 오늘 씨앗을 심고 내일 뿌리가 얼마나 깊이 내렸는가 하고 파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인내, 헌신, 믿음의 세 가지 자질 모두가 필요합니다.


요가수트라 1장 14절


그 경험 이후로 나는 불신 없이 요가를 했다. 머리서기(시르사아사나) 동작을 얼마나 연습해야 할 수 있는지, 평온해지려면 명상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몇 년 동안 요가를 해야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시간을 내서 요가 수업을 들었다. 요동치는 마음을 돌보기 위해 심리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 일상에서 틈을 내어 요가에서 배운 것을 연습했다. '숨 잘 쉬는지 확인하기, 마음이 분주한 날에는 몸을 먼저 움직이기'. 용기를 내서 마음을 관찰하고 표현했다.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하기, 화가 날 때는 왜 화가 났는지 글로 적고 상대에게 나의 기분 말하기'.


요가는 쉬웠다. 그냥 내가 하면 되니까. 그런데 마음을 관찰하고 표현할 때는 너무 무서웠다. 감정에 사로잡혀 쿵쿵 심장이 크게 뛰고, 내가 표현하면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무서운 마음부터 들었다. 운이 좋게도 화라는 감정을 표현할 일들이 내게 다가왔다. 이유 없는 해고, 당연한듯한 무임금 초과근로, 지인의 가스라이팅까지. 이번에는 나를 위해 내가 다 받아들이고 쌓아두지 않았다. 벌벌 떨면서 마음에서 정리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했다. 말을 하고 난 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은 편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일 년, 3년이 지났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을 때는 요가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줄 몰랐다. 봄에 심은 씨앗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뿌리를 내리듯 나의 몸은 천천히 말랑하면서 단단해졌고, 나의 마음은 중심을 잡고 조금씩 넓어졌다.


지금 나의 노력과 행동이 너무 작고 미미해 보여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때는 과거를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씩 웃으며 말한다. "많이 노력했네, 많이 성장했네, 오랫동안 참 잘해왔다."


나의 두 발로 걸어가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디뎌 걸어온 길은 아주 또렷하게 보인다. 작은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큰 줄기가 되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오늘 내디딘 작은 한 걸음이 모여 길을 만든다. 그 길은 내가 매일 걸었기 때문에 생긴 길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길을 만들고 의심 없이 걷는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에 좋은 감정 물들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