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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ug 12. 2023

사랑을 통해 마주하는 여러 자아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고 망하는가 part2

사랑이 시작 될 때면 내 안에 또다른 자아가 고개를 든다. 가령, 엄마를 잃은 듯 불안에 떠는 어린아이라던가. 뭐든 제멋대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춘기 소녀라던가. 어른의 탈을 쓴 아이가 마구 날뛴다. 아직은 낯설고 두려운 탓이다. 이렇듯 언제나 새로운 세계는 불안을 동반하니, 어쩌면 그 안에서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위대하고 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무뎌지던 감정에 살포시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것은 금단의 열매이기도 하다. 불규칙한 추락과 상승 사이에서 끊임없이 감정의 궤도를 이탈한다. 기억이란 족쇄에 묶인 어린아이는 더이상 사랑을 받을 수도, 줄 수도 없음에 고통의 몸부림을 친다. 두 자아의 치열한 싸움인 셈이다.

격렬한 싸움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달라 외치면서도 나 역시 겹겹이 쌓인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 또한 타자가 될 수 있음을 망각하고 만다. 인간의 양면성과 모순이 날카로운 결정체가 되어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랑을 통해 여러개의 거울이 삶을 비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생경한 타자의 삶을 통해 나를 마주하며 그 안에 죽어가는 사랑을 깨워본다. 존재적 사랑을 갈구하던 나의 외침이, 그의 외침이 되어 돌아오던 순간을 기억하며. 사랑 앞에 우리 모두가 기꺼이 약자가 되기를 기도하며.

그것이 사랑 그 자체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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