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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03. 2024

Revers : 사랑은 어떻게 망하고 시작되는가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고 망하는가 part2.

Intro. 불안과 평화의 운명


나의 의외성을 알아봐주는 이

나의 불안을 알아차리는 이


그렇다. 이 불안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버려지고 버리는 관계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또다시 상상해 본다. 모든 가면을 내던지고 철저한 민낯으로 서로를 품는 상상. 어쩌면 벌거벗겨진듯한 이 수치羞恥가 사랑의 본질에 가장 맞닿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태초의 사랑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테니까.


그러나 우리에겐 기억과 상처라는 가면이 너무나도 많다. 거기에 환상이라는 오류까지 더해진 채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한 번 부끄러움을 느낀 인간이 자신의 민낯을 다시 마주할 수 없듯.


"뭐랄까, 미스테리해요. 그래서 흥미롭기도하고."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호기심과 설레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가 나를 뻔히 쳐다볼때면 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고 그의 시선에 거둬질때면 나는 어김없이 그를 담았다. 그 찰나의 시간, 우린 다른 시선 속 같은 불안을 느낀다. 얼마만큼 내보여야하는지 계산하기 바쁘다. 바깥의 한기와 차 안의 열기가 충돌을 일으킨다. 묘한 정적 속 습긴 찬 창문에 물음표를 천천히 그렸다. 뭘까 이건. 


불안이 고개를 쳐든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어둠의 가면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것은 마치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과 같다. 길을 잃은 사랑의 파멸이 재탄생으로 가는 여정은 누군가의 잠들어있는 의외성, 그 속에 숨겨져있던 진짜를 발견하는 일이다. 가면을 제 손으로 내던지는 일이다. 


우린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페르소나를 입고 사랑을 할테니. 

끝난 줄 알았던, 또다른 사랑의 불안과 평화의 운명이 반복된다. 우린 과연 무엇을 택할까.


이번에는 사랑의 본질에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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