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야. 세상에 별로 흔치 않은, 꽤 괜찮은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밀린 빨래를 세 번이나 돌리고,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정리했어. 그 사이 요가도 하며 마음을 추슬렀지.
그러고는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편안한 츄리닝을 걸친 채 노트북을 들고 동네 카페로 향했어. 평소엔 입에 잘 맞지 않는 커피를 시켜 놓고, 한참 동안 글을 쓰다가 문득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렸지.
텅 빈 상영관에서 만난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 한 편. 마치 나만을 위해 남겨둔 작은 선물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소주, 레몬즙을 장바구니에 담았어. 아, 두부 한 모도 빠뜨리지 않았지.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아쉬운 그런날 있잖아.
현관문을 열자 집안 가득 퍼지는 디퓨저 향이 나를
반겨주더라. 오롯이 나만 아는 산뜻하고 깨끗한 공간,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 스며드는 저녁.
늦은 밤, 정성껏 요리를 하고, 손수 만든 투박한 하이볼을 한 모금 들이켰어.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였는데, 문득 영화 속 한 장면 같더라. 어딘가 청승맞게 느껴질지도 모를 외로움이 한 스푼 더해진 순간.
하지만 오늘만큼은 청승 대신 낭만이라 불러보고 싶었어. 외로움도 어쩌면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 이런 거잖아.
하루쯤은 괜찮잖아. 이런 식의 위로도, 스스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