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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Nov 17. 2024

이 땅에 우리는 사랑을 배우러 왔습니다.

삶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건들과 오르내림 속에 살아가요. 때로는 너무 버거워 쓰러질 것만 같았고, 때로는 과분한 축복에 어깨가 무겁기도 했어요. 내 삶은 왜 이토록 극적일까, 늘 의문이기도 했죠.


돌아보면 참 신기합니다. 제 인생의 매 순간, 꼭 필요한 타이밍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 때론 선생님으로, 때론 친구로, 때론 스치듯 만난 낯선 이로. 돌이켜보니 그들은 제가 길을 잃을 때마다 늘 작은 빛이 되어주었어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부모님의 한숨 속에 담긴 애정도, 선생님들의 꾸짖음에 숨은 진심도, 모두가 저를 향한 깊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미웠고 그래서 부정하고 싶었고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제게 주어진 선물이었음을. 그 어떤 것도 이유 없이 저에게 오지 않았다는 것을요. 모든 것은 삶의 필요한 때에, 저에게 온거였어요. 그것이 무엇이었든, 각자의 방식과 형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크고 특별하고 귀한 것이었는지를요. 제가 받은 모든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이었는지를요. 그 모든 시련과 축복이 결국은 사랑을 배우라는 메시지였음을요.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그들이 제게 보내준 그 사랑과 지혜를, 이제는 제가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마치 봄날 강물처럼, 겨울을 녹이며 흘러가듯이 말이에요.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사랑을 배우고 나누기 위해 이 땅에 왔나 봅니다.


무언가 계속 떠나가는 이 시간 속에서, 가끔은 숨이 막힐 듯 아픕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집니다. 눈물이 흐를 때면, 그것은 아픔이면서도 동시에 감사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제와 이별했기에 오늘이 왔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합니다. 그 깨달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랑을 기억하며, 조용히 걸어갑니다.


제가 받은 그 따뜻함을, 이제는 누군가의 차가운 마음을 데우는 온기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는 요즘이에요. 매순간 어렵고 쉽지 않더라도요. 그것이 제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일 테니까요.


아프더라도 사랑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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