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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론 May 28. 2024

수영을 배우는 어른의 기쁨

다시 태어나도 수영은 서른 즈음에 배워야지

 한평생 힘을 빼면 물에 뜬다는 말을 거짓말로 알고 살았다.

그보다 새빨간 거짓말이 없었다. 힘을 빼도 물에 뜨기는커녕 가라앉기만 했으니까! 수영을 가르쳐주겠다던 이들에게 아무리 호소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힘 빼라고! 뺐다고! 빼라고! 뺐다고! 를 반복하다 지쳐버리기 일쑤. 어릴 때 수영을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는 늦었고 수영이란 건 늘 멋져 보였기에 언젠가 반드시 물에 떠보겠다는 다짐은 잊지 않았다. 마침 작년에 새로 이사한 집은 수영장 근처였다. 게다가 회사 동료가 마침 수영을 배워보고 싶었다고 해서 그날 퇴근길에 수영장을 함께 등록했다. 될 일이란 어떻게든 되는 법이다.


 그리고 강습 세 번만에 물에 떴다. 힘을 빼서가 아니고 킥판을 뺐기 때문이다. 수영장의 특성상 선생님과 학생 간의 소통은 원활하기가 어렵다. 갑자기 킥판 없이 해보란 말에 못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죽지 못해 물에 몸을 맡기자 기이하게도 나는 물에 떴다.

 행복도 잠시, 배영이라는 더 큰 산이 남아있었다. 어렸을 때 수영 배운 사람들은 배영이 가장 쉽다던데 나에게는 지금까지도 최고로 어려운 영법이다. 배영 강습이 시작된 건 고작 3주 차. 먼저 물에 등을 대고 떠야 했다. 당연하다. 그것이 배영의 기본자세니까. 그러나 나는 그 기본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균형을 잃고 물을 잔뜩 마셨다. 뭐 하냐고 묻던 선생님의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며 알았다. 나랑 배영은 안 맞다는 걸. 어찌어찌 물 위에 눕는 것까진 됐는데 산 넘어 산이었다. 힘 빼기의 지옥이 돌아온 것이다.


힘 빼! 힘 빼!


 힘 빼면 물에 뜬댔고 그 말인즉 물에 떠있으면 힘을 뺐단 거 아닌가? 선생님 말씀을 따르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더 뺄 힘이 없었다. 속도도 안 나고 힘은 힘대로 들고 접영을 해서 코에 물 들어오게 하는 옆레인도 밉고. 내가 아무리 헥헥대도 배영은 계속됐다. 미칠 지경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순간, …어?

 힘이 빠졌다.

분명 뺄 힘이 없었는데 완전히 지치자 허리께에 고여있던 긴장이 풀리면서 물이 몸을 떠받치는 게 느껴졌다. 이것은 정말 신기한 감각이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동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쾌함. 나도 이제 힘 뺄 줄 안다!


 난 이제 수영을 곧잘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힘 빼면 물에 뜬다'는 말은 온전한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힘 빼는 법을 배우면 뜰 수 있다'라고 말한다. 힘 빼는 것을 배우기까지 해야 하다니 억울하지만, 그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고 기록할 수 있는 지금 수영을 배운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에 뜨지 못해 수영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도전해 보길. 물에 뜨는 거, 생각보다 할만하고 상상보다 훨씬 기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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