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arrow Dec 22. 2024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하고 다정한 가족들 친구들과 조촐한 모임을 하며 마무리하고 있긴 한데, 허전한 마음과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며 발광과 어둠을 맛보고 있다. 인생은 가혹함을 느끼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단 뜻이다. 오늘은 기쁨도 느끼지만, 내일의 어두움을 감당하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항상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한 해가 지날수록 몸은 더 무거워지고 뻣뻣해지고 나이 들어간다. 몸으로 마음가짐을 컨트롤하기 위해 다니던 헬스장에서 피티 5회를 끊었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힘듦이 좀 나아질까 싶어서다. 아직까지는 너무 힘들다. 중력을 저항해서 내 몸을 들고 다니기가 버겁다. 그렇다고 집에 누워 있는 것도 아닌데, 40대 중반에 이렇게 힘들다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건강검진에서 다른 부분은 괜찮았는데, 고지혈 전 단계가 나와서 식단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3년 전 남편이 아픈 이후 식단에 신경을 쓴다고 마크로비오틱 식단 위주의 건강식으로 바꿨는데도 부족한 모양이다. 밥만 현미, 렌틸콩, 귀리로 먹을게 아니라 반찬도 더 심심하고 건강한 조리법으로 해야겠음을 느낀다. 인생은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나 보다. 그렇게 착실히 나이 듦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괴로운 밤에는 혼자 고독하게 위스키를 마신다. 온더락보다는 원물을 그냥 조금씩 머금으며 음미하며 먹는다. 안주가 필요 없어서 편하고, 강렬하고 뜨겁고 뒷맛이 깔끔해서 좋아한다. 소주를 같이 기울일 친구는 없지만 혼자서 고독을 씹는 그 맛도 좋다. 위스키바에 가서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 집에서 글렌캐럿잔에 마셔도 좋다. 긴 겨울을 같이할 뜨거운 친구를 옆에 둔 느낌이다.


밤거리를 음악을 들으며 헤매어도 좋더라. 헤드셋을 끼고 무작정 산책을 나간다. 걷고 있다는 운동성과 나아가는 느낌을 가지고 BGM으로 감성적인 노래를 들으면 밤이 무섭지 않다. 라디오에서 또는 카페나 위스키바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통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은 Mr. Snowman, 이승윤의 달이 참 예쁘다고, 최유리 님의 바람, 숲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