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한때 곁에 둔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좋아했다가 사랑했다가 미워하기로 결심했다. 너무 마음이 아파 먹먹하고 또 우울해지고 혼자가 되었다. 괴로워서 어디 말할 대도 없어서 세상을, 사람을 미워했다.
세상에 고통을 혼자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처럼 용기 있게 격하게 그들을 미워했다. 잠자는 시간도 쪼개가며 미워하기가 쉬운가. 불면의 고통을 아는 사람은 내 고통을 이해할까.
그러면서 내 마음이 멍들기 시작했다. 우울, 조울이 자연스레 함께했다. 심지어 최근 9년 정도는 미워하는 사람을 욕하기까지 했다. 내 마음에 실망과 괴로움을 주었다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욕을 안 들어주는 사람까지도 미워하고 욕하기까지 했다. 친밀한 다른 사람을 감정쓰레기통까지 만들었다. 지옥체험.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세례명을 받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님을 닮으며 살아가고 싶었고, 내 아픈 마음을 다스리고 속죄하고 싶었다.
나의 기도에 응답은 10년이나 기다렸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에게 온 것도 같다. 하느님의 계율의 핵심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
이제 실천할 때가 왔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픔이 글로 쓰이기 시작했고, 더 이상 누군가를 미워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