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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06. 2023

노벨상 2관왕과 비타민 C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7) 비타민 C

비타민 C


단지 괴혈병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노벨상 두 개를 단독으로 꿀꺽한 천재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에 의해 유명해졌다. 그는 실험실에 비타민 C를 마치 캔디처럼 비치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집어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그의 일일 섭취량은 오늘날의 메가도스(megadose, 대용량 요법)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연구에 빠져 비타민 C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비타민 C 덕택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93세까지 장수했다. 


우리나라에는 비타민 C 전도사로 유명한 이왕재 박사가 있다. 감기와 암을 예방한다고 주장한 라이너스 폴링보다 더 나아가, 그는 비타민 C가 혈관, 신장, 피부는 물론 장내 세균총에까지 좋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재 정맥 주사를 포함한 비타민 C 대용량 요법을 실시하는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전히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비타민 C의 유익한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라이너스 폴링과 이왕재 박사만 비타민 C 메가도스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동물 실험 결과, 비타민 C는 체내에 축적된 납과 수은 배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비타민 C 정맥 주사에 따라 난소암 조직이 사멸하는 것이 관찰된 실험도 있다. 비타민 C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백혈구 증식, 사이토카인 활성화 등을 통해 면역계를 강화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다. 그래서 체내에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과거에는 수용성 비타민의 경우, 과도한 양은 자동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과도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동으로" 배출되는 것이 어디 있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간과 신장이 일을 해야 한다.


부작용이 없다든가 몸에 부하를 주지 않는다는 부분은 잘못됐지만, 어쨌든 대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수용성인 비타민 C는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 그래서 몸에 과도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지속적인 메가도스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체내에 머무르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Diana Polekhina


비타민 C 메가도스와 신장 결석


비타민 C 메가도스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강력하다. 신장 결석을 만든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신장 결석 통증은 산통과 비교되므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신장 결석은 옥살산 칼슘이 모이고 모여 덩어리를 만든 것인데, 옥살산 칼슘은 옥살산염(oxalate)에서 나트륨 대신 칼슘이 들어앉은 것이고, 비타민 C는 대사 과정에서 옥살산염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론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시한 대규모 추적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C 섭취가 가장 많은 5분위 그룹의 신장 결석 발생은 섭취가 가장 적은 1분위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ttps://pubmed.ncbi.nlm.nih.gov/9429689/


비타민 C 메가도스가 옥살산염의 증가를 통해 신장결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신장결석의 직접 원인은 옥살산 칼슘이 아니라 탈수라는 것을 인정한다. 옥살산은 위험 물질이고, 신장이 해야 하는 일은 위험물질을 걸러내는 것이다. 걸러낸 물질을 몸 밖으로 빼내려는데 물이 부족하면 어쩌란 말인가?


칼슘에 관한 파트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칼슘을 많이 먹지 않아도, 심지어 뼈에 칼슘이 부족해서 골다공증이 진행 중인 사람도 신장 결석을 얼마든지 만든다. 칼슘의 흡수와 뼈 조직으로의 이동에는 비타민 D와 K2가 필요한데, 이들이 부족하면 칼슘이 이상한 곳으로 가서 쌓이는 것이다.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하든 말든, 신장 결석이 싫다면 무엇보다 물부터 마시자. 물론, 옥살산염 함량이 많은 시금치 같은 식품을 "과도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먹는다는 것은 대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장 결석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수준으로 시금치를 먹으려면 하루 세 끼 모두 시금치를 챙겨 먹고 식사 사이에도 간간이 시금치 쥬스를 챙겨 먹는 정도의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마그네슘과 비타민 B6는 옥살산염 형성을 방해한다. 신장 결석에 대해 이중으로 보호막을 치고 싶다면 마그네슘과 비타민 B6를 함께 복용하면 좋다.


수분 섭취에 대해 잠깐 말하자면, 하루에 몇 리터를 먹어라 하는 식의 조언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내리는 것이므로 웃는 기회로 활용하고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 미군이 활용하는 기준을 따르자. 군인보다 건강이 직업 수행에 필수적인 직군도 별로 없다. 미 육군 기준은, 소변 색깔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투명한 소변을 본다면, 수분 섭취가 충분한 것이다. 나는 비타민 B군 복합제는 물론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하고 있지만, 하루에 여러 번 투명한 소변을 본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하루에 물을 1.5리터는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사진: Unsplash의Jeppe Hove Jensen


얼마나 먹어야 할까


비타민 C의 하루 필요량(RDA)은 여전히 대부분의 나라에서 100mg 정도다. 이는 우리 몸의 세포가 수용할 수 있는 비타민 C의 양이 100mg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이상의 섭취는 그냥 몸에서 빠져나가므로 불필요하다는 것이 비타민 C 메가도스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왕재 박사는 세포 내로 스며들지 못하고 우리 몸을 빠져나오는 비타민 C가 혈장, 신사구체, 그리고 방광에서 이로운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비타민 C를 포함한 많은 미량 영양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RDA보다는 적정 일일 허용량(ODA)에 따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영양제 섭취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중에서 우세한 의견이다. 영양제 섭취가 아예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건강 전문가의 수도 매우 많다.


비타민 C는 콜라겐과 L-카르니틴의 합성에 필요하며, 단백질 대사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비타민 C 결핍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며, 대항해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했다. 그러나 비타민 C 복용, 특히 메가도스가 질병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93세까지 살았다고 (사진 출처 - NobelPriz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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