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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29. 2024

둔필승총 241129

혼다 데쓰야, 히메자와 레이코 시리즈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지인 추천으로 <블루 머더>부터 읽었다. 내 취향이 깐깐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첫 작품이 아니라 제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추천해 주었다. 마음에 드는 탐정 소설이었다. 주인공과 썸을 타던 후배 남자 형사와의 이야기도 좋았고, 악인을 처단하는 화끈한 범인의 행적도 좋았다. (개그 코드는 좀 안 맞는다.)


<진홍빛 연구>와 <김전일> 시리즈의 영향인지, 나는 탐정 소설에 등장하는 범인의 서사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 히메자와 레이코 시리즈는 합격점이다. 모든 작품은 범인의 서술과 주인공 레이코의 서술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대개의 경우, 범인의 서사는 안타깝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범인은 잔악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처참한 가정 환경이라는 감안해야 할 요소를 가지고 있다. <소울 케이지>의 범인은 너무나 선량하고 불쌍한 사람이다. 단편 <시머트리>의 범인 역시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블루 머더>의 범인은 그야말로 다크 히어로다.


혼다 데쓰야에게 마음에 드는 또 한가지는, 그가 작품에서 선명하게 드러내는 현행법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다. 소년법은 여러 차례 언급되고,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운 상해치사(시머트리), 보육시설(소울 케이지). 주인공 레이코는 물론, 등장하는 형사들 대부분이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같은 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숨김없이 내보인다. "소년법 같은 악법"이라고 말할 때의 그 쾌감이란.



미즈노 남보쿠,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

이런 책이 1812년에 나왔다니, 에도 시대는 역시 위대하다. (이에야스 1승 추가)



마스노 순묘, <버리는 기쁨 다시 찾은 행복>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스님이 쓴, 비우는 마음 자세에 관한 책.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시인으로도 잘 알려진 어떤 선승의 선어 시조(라고는 하지만 하이쿠 느낌)로 끝맺는데,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는 느낌이다. 


햇살 길어진 봄날을,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며 오늘도 잘 살았다.



신채호, <을지문덕전>

사료도 거의 없는 을지문덕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궁금했다. 위인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역사 에세이에 가깝다.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를 나폴레옹에 맞선 영국에 빗대는 장면, 외세를 빌어 원하는 바를 성취하려고 한 김춘추에 대한 비판, 그리고 자국 역사에서 영웅을 찾지 않는 세태에 대한 한탄.



남종영, <동물권력>

동물권(animal rights)에 관한 최고의 책을 만났다. 어설픈 논리로 감성팔이를 시도하는 피터 싱어보다 이 책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해당 주제에 관한 폭넓은 조사, 그리고 무엇보다 균형잡힌 시각이 돋보인다. 라운힐 농장 밍크 구출 사건을 설명하는 제2부 9장 내용을 보면, 이 책은 동물권을 옹호하는 책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반대 시각조차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동물들에 얽힌 감동스럽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물론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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