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다 아픈데도 잘 버티고 있다고 하더니... 무슨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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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가 감기로 아픈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3주간 고생하다 나아지는가 싶더니 딸이 열나면서 장염인지 감기인지 애매하게 아프더니 옆지기가 다시 고열로 끙끙 알았다. 그리곤 얼마뒤 아들까지 고열에 시달렸다. 옆지기만 아플 때 굳건했던 나의 건강이 아이들의 아픔과 함께 위태로워졌다. 먼저 목이 좀 따끔거렸다. 역류성 식도염인 듯했다. 아픈 사람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몸이 지친 것 같았다. 그런데, 일요일 목이 따끔거리는 정도가 선을 넘었다. 결국 내 몸도 이 거지 같은 감기에 항복했다.
온 집안 식구들이 순차적으로 아픈 적은 있어도 동시에 아픈 적은 없는데 다 아프다니... 한 놈은 멀쩡해서 다른 놈들을 돌봐야 하는데... 그나마 열없이 비실비실 아픈 내가 제일 멀쩡했다. 나보다 아픈 식구들 삼시세끼 챙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얼렁뚱땅 해냈다. 그런데 평소보다 시간이 배로 걸렸다. 쉽게 지쳐 틈틈이 쉬면서 하다 보니 밥 먹다 하루가 다 갔다. 월요일인데도 아이들이 아파서 학교를 안 가니, 삼시세끼 차리느라 고된 일요일이 반복된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뒤, 옆지기가 이 와중에 내가 아프지 않다며 신기해했다. 순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했다. 어젯밤에 온 식구가 다 아프다며 그래도 우리는 좋은 팀이라 잘 넘기고 있다는 대화를 나눴는데... 한 달간 아프다 보니 정신이 가출했는지? 다들 열이 39도까지 올랐는데, 나만 열이 나지 않는다며 그럼 아프지 않은 거 아니냐는 옆지기의 변명 아닌 변명에 할 말을 잃었다. 내일이라도 열이 날지 어찌 아누? 서운해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아픈 사람이라 화풀이도 못하고... 아파서 정신이 없는 거라고 나를 달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