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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01. 2023

아프지만 외출해야 할 때

추위를 대비해 옷을 든든히 입고 외출했는데 옷에 치이는 느낌

2023. 11. 27


온 가족이 다 아프다. 나만 빼고 다들 열이 39도를 넘나들었다. 그나마 내가 덜 아프다. 모두가 아프니 되도록 외출을 자제할 심산이었다. 다행히 아프기 전 든든히 장을 봐뒀다. 일주일은 외출 없이도 별 탈 없이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영하 12도, 햇빛이 반짝이는 맑은 날이지만 몹시 추운 날, 원하지 않는 외출을 해야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세 권을 반납해야 했다. 이미 대여 연장을 할 만큼 해서 더 이상 연장을 할 수 없는 책들이었다. 여차하면 그냥 벌금을 내면 그만이지만 하루 미룬다고 아픈 게 나을 것도 아니고 그냥 반납하는 게 나을 듯했다.


아픈데 찬 바람 덕에 더 아프고 싶지 않아 외출 준비를 단단히 했다. 얇은 긴팔 셔츠, 스웨터, 경량 패딩, 따뜻한 스카프에 두툼한 겨울 외투까지 껴입고 나가려던 순간 바지는 청바지만 달랑 입었다는 걸 깨달았다. 옷장을 뒤져 레깅스에 청바지를 껴입고 드디어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슈퍼로 향했다. 이왕 나갔으니 부족한 물건 몇 가지를 살 생각이었다. 장을 보는 동안 추위를 대비해 단단히 입고 나온 옷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아파서 금세 지쳤을까? 추위를 대비한 옷들이 무거워서 그랬을까? 그래도 찬바람 맞았다고 더 아프면 안 되니까...





2023. 12. 1


글을 써놓고 발행을 망설였다. 굳이 이런 미미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나?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며 생각해보자 싶어 발행을 미뤘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자잘한 메모를 하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는데 임시저장된 글을 이어서 쓰겠냐는 안내창이 떴다. 습관처럼 '네'를 누른다는 게 '아니요'를 눌렀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 


며칠간 글쓰기를 미루다 이 글이 떠올랐다. 당연히 저장해 두었을 거라 여겼는데 '작가의 서랍'에 글이 없었다. 얼마 전 실수로 '아니요'를 눌러서 날아간 글이 이 글이었나 보다. 마무리를 잘 안 하는 버릇이 이 사달을 냈구나 싶다가도 그 마무리 안 하는 버릇에 혹시나 싶어 브라우저 창을 뒤적여봤다. 역시나 그때 써놓고 브라우저 창을 닫지 않았다. 고쳤으면 하는 습관덕을 볼 때도 있구나 싶은 이상한 경험이었다. 


소소해서 무언가 쓰다만 듯해서 여전히 발행하기 망설여지는 글이지만, 덧붙여진 경험을 남기고 싶어 글을 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글도 저런 글도 다 내 기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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