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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Jan 13. 2023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감정 쓰레기통은 저 멀리

오랜만에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집 앞 스타벅스로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딱 하루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복지가 있어 이 하루는 꽤나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 신규 프로젝트로 회의가 많아지고 가끔은 동료와 좁혀지지 않는 의견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을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모하는 요즘이기에 잠시 나만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오늘 하루는 충분했다.


공간에 있음을 느끼기 위해 이어폰은 잠시 넣어두고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과 다양한 주제가 오가는 타인의 대화를 배경음악 삼아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바삐 손을 움직인다.

하루 스케줄 리스트에 꽉 차있는 업무 리스트를 보며 몸과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귀는 열려있어 의도치 않게 카페 공간의 대화를 흘러 듣게 된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있고 누군가는 이웃집 소식을 전하고 어떤 사람은 보험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각 주제도 다채롭다.


내가 속해있는 주거지역 특성상 카공족이 많은 카페이기에 긴 테이블 위 노트북을 켜놓은 사람, 공부할 책을 펼쳐놓은 사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앉아있다.

오늘도 정신없이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의 연장선에서 마감시간까지 달리고 있는 내 귀를 팍팍 때리는 주제로 누군가와 전화 통화 소리가 들려온다.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분을 느끼며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약 5분간 핸드폰을 들고 그 상대에게 진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아마 그는 최근에 이직을 했고 어떤 이유 때문에 더 이상 그 회사는 다닐 수 없겠다는 판단 하에 지난주 퇴사 이야기를 전했으며 그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주제였다.

열린 공간이기에 누가 어떤 모습으로 있던 터치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5분이 넘어갈 때에는 이젠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괜히 대놓고 눈치를 주는 거 같아 이어폰을 끼지 않고 기다렸음에도 더이상은 안 되겠어서 조용히 안 보이게끔 이어폰을 꽂고 내적 평화를 찾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무언의 행동 방식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원치 않게 불합리한 일에 휘말리기도, 순간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렇고 주변 모두가 그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마음이 들 때에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그때의 행동과 방식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변화가 크다. 타인이 보는 내 인상을 결정하기도 하고 각 관계에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각자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때도 내가 타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 때도 있을 수 있다.

그때에 자신의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고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의 감정은 나에게 책임이 있다. 누군가 감정에 공감을 해줄 수 있어도 해결은 해줄 수 없다.

스스로에게 되내이는 주문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통화 속 그들 모두 지금쯤 감정이 해소되었길 바라며 오늘도 각자의 마음속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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