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프리랜서, 회사생활 등 다양한 삶을 살아보니 주도적인 삶이란 없다
커리어 컨설팅을 하다보면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나 이직을 결정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현재 회사에서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할 수 없으니
이직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혹은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서 프리랜서로 일하겠다거나
창업을 하고 싶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도성을 주제로 대화를 종종 하다보니
주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고,
그런 삶을 위해 10년 이상 도전적인 삶을 살아왔다.
결과적으로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주도적인 삶을 쫓은 나의 삶과
주도성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27세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8세 겨울 어느날, 야근을 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그때그때의 과제를 잘 수행했더니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구나.
지금까지 살면서 나의 커리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내가 선택한 결정은 없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나에게 커리어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이 원하듯
나도 이 당시에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과감히 그만두고 MBA에 갔고
MBA를 마치고는 컨설턴트를 거쳐 창업을 했다.
대기업에서 벗어나서 컨설턴트가 되면
주도적인 삶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창업을 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겠지
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함께 창업한 공동창업자가 통제하거나
투자자들이 통제하거나 시장 상황이 나를 통제했다.
주도적인 삶이란 없었다.
물론 주도성의 비중은 높아졌다.
삼성전자에서의 주도성의 비중이 10% 였다면
컨설턴트 일 때는 30%, 창업 했을 때는 50%로 높아졌다.
하지만 주도성의 비중이 높아질 수록
리스크와 책임감은 커져갔다.
리스크와 책임감은 스트레스 라는 단어로 치환되었다.
첫 창업은 안타깝게 마무리 되었다.
사업을 접고 나는 한순간에 백수가 되었다.
엔지니어 경력에 컨설턴트 경력, 창업 경력을 가진
커리어 일관성이 없는 30대 중반의 남자는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주도적인 삶을 위해 던진 나의 도전은
리스크가 되어 나를 겨누었다.
나는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30대 중반,
본의 아니게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조직 안에 있지 않고 조직을 만들지도 않고
혼자 프리랜서로 인생을 산다면
그것도 주도적인 삶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넘쳐났지만 매월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주말에도 내내 일을 해야만 했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그 시간들을 돈 버는데 사용하지 않으면
한달을 보내는데 필요한 돈이 없는 구조였다.
마치 아프리카 사자의 삶처럼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려가서 사냥을 해야 하는 삶이었다.
야생에서는 그 누구도 사자에게 먹이를 던져주지 않는다.
직접 달려가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사자의 삶처럼
프리랜서는 직접 움직여서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와야 했다.
프리랜서의 삶도 결국
나의 고객이 통제하거나
한달을 먹고 사는데 필요한
그 알량한 돈 몇 푼이 나를 통제했다.
프리랜서 생활에 지쳐갈 때쯤,
어렵게 기회를 얻어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꿈꿨다.
직장생활은 주도적인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는 끊임없이 주도적인 삶을 꿈꿨다.
나는 실행했다.
39세, 회사를 다시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종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하루의 일정, 일주일의 일정을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움직였다.
주도적인 삶을 사는 댓가는
불규칙적인 소득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였다.
그에 대한 보상은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자금도 유치했다.
법인을 만드는 순간부터 이미
주도적인 삶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정부자금을 받은 것도 큰 비중의 주도성이 빼앗겼다.
삶을 정지시키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긴 한 걸까?
가만보자, 누가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지?
수백억 투자 유치를 한 창업자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매일 열심히 출퇴근 하는 수많은 병원의 의사들은?
국회의원은?
야놀자 다닐 때 만난 모델 세개를 가지고 있는 사장님은?
부모로부터 수백억을 물려받은 학교 선배는?
잘 몰랐던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 주도적인 삶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인 한국에는.
아 그래 예술가나 연예인 중 일부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을 수 있겠다.
팔로알토는 왠지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주도적인 삶이란 거의 없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거의 없다는 말은 긍정적으로 반대로 생각하면
주도적인 삶이란 것도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의미이다.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라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누군가는 동의하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 그 직업, 그 상황을 겪어보기 전에는
그렇게 하면 주도적인 삶인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막상 당사자한테 들어보니
주도적인 삶이 아닌걸 알게 되었다.
이처럼 주도적인 삶도 행복과 비슷하게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생각을 갖다 붙이면 된다.
지금의 내 삶도 어떻게 보면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나도 그렇게 누군가가 정해놓은 판 안에서
적당히 주도적이라고 생각하며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면 된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