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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Aug 28. 2023

예측 불가능성과 수용 그리고 '성장'

아이가 아프고 지각을 하고 반찬가게가 문을 닫아도 화나지 않는 어른

자는 환경이 달라져선지 여행을  다녀오면 아이는 꼭 새벽에 울면서 다.  여행을 다녀온 후로 아이가 다시 새벽마다 깨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나도 잠을 제대로 못 자게됐다. 너무너무 피곤해 수면제를 처방 받기 위해 병원을 갔다.


사실 그냥 편하게 약을 처방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대신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듣고 델타파 치료(이건 좀 다른 이야기라 일단은 패스)를 했다.      


인생은 예측과 현실 수용이라는 과정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예측가능한 범위에 놓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죽음이라고 하셨다. 좀 섬뜩한 이야기다.

그렇다.. 계획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나지만, 사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날이 있던가. 아이를 낳고나선 그 계획의 무의미함을 뼛속 깊이 체험했지만, 그래도 난 계획을 세우는 계획충이다. 다만 계획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계획은 세우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젠 받아들이게 됐다.

선생님 말인즉, 어린 시절일수록 인간은 예측을 점단위로 한다. "오늘도 아침 식사로 시리얼이 나오겠지" "어린이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와 있겠지" 이런 식으로 한치 앞의 예측을 통해 삶을 대비하고 위험을 방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점점 그 예측 범위가 늘어나 하나의 '커버리지'가 되고,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예측의 벗어남을 수용할 커버리지는 넓어진다.     

커버리지 안에서 인간은 적응력이 생기고, 커버리지 안에서 나(셀프) 자신에게 돌아올 '회복 탄력성'이 형성된다고 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얼른 보내고 미팅을 가고, 일을 하고, 저녁 식사로는 집 앞 반찬가게에서 소고기 주먹밥을 사서 먹이려고 했던 날.

아침부터 아이는 열이 나서 어린이집을 못 갔고, 시터가 부랴부랴 왔지만 늦어서 미팅에 늦었고, 저녁 식사로 주먹밥을 사러갔지만 다 팔려서 대충 집에 있던 밥을 먹이려던 날.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는 날이 어디 일상에서 하루 이틀인가. 그래도 이젠 화가 나지 않는 나 자신을 보고 참으로 대견하가고 셀프 칭찬을 한 날이 있었다.


엄마를 대하는 내 태도만 봐도 그렇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엄마를 보는 나는 너무 화가 났는데, 이제는 또 그렇지도 않다.  엄마도 엄마의 삶에서는 그럴 수 있는 부분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게 인간은 성장해 나아가가나 보다.      

얼른 퇴근하고 오늘도 아이를 만나러 가야지 오늘은 아이가 처음으로 치과에 가는 날이다.     

아마 아이는 처음으로 가본 치과가 예측 불가능 하기에 울고 불고 난리를 치겠지.


하지만 치과를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 가면 치과가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참고 견뎌야만 하는 시간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 동안 울면서라도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입을 아 벌리며 참게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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