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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관찰자 Dec 08. 2015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들

통통한 오뎅부터 노릇한 군고구마까지

ⓒshinys




오뎅

 꾸불꾸불하게 꾸겨져 꼬치에 꽂혀 간이 잘 된 육수에 푹 담겨있다. 그런 오뎅이 담긴 통을 보면서 사람들의 취향이 갈린다. 오동통통하게 불어서 흐물흐물해 입에서 부서지는 오뎅을 좋아하는 사람과 오뎅의 질감이 살아있고 찰진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오뎅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후자에 속한다. 그렇게 오뎅을 고르면 간장과 만날 차례가 된다. 요즘에는 간장을 분무기에 담아 오뎅에 골고루 뿌려 먹을 수 있게 해둔 곳이 많지만 나는 직접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오뎅의 앞 부분에만 간장을 톡톡 찍어서 뒤로 갈수록 그 간간한 간장맛과 앞보다는 조금 심심한 오뎅 맛이 어우러지는 순간이 좋다.



호빵

 나는 단팥 호빵을 좋아한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찜통에 찐 후에 호빵의 가운데를 갈라서 속을 식힌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갓 꺼낸 흰 우유를 컵에 딸아 놓고 뜨거운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호빵 한 입, 우유 한 입을 마시면 그때서야 정말 겨울이 왔음을 입으로 느낄 수 있다. 나만의 겨울맞이 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야채나 피자 호빵이 아니라 초콜렛색 단팥이 들어있는 단팥 호빵이여야 겨울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슈퍼에서 파는 호빵. 팥의 알갱이가 다 느껴지는 찐빵 말고 곱게 갈려서 입안에 있는 우유와 사르르하고 녹는 그런 단팥호빵이면 겨울은 행복하다. (사실 호빵은 브랜드 이름이다. 삼립식품이 1970년 12월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건 찐빵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호빵은 원래 찐빵이라고 불러야 맞다고 한다.)



호떡

 고등학교 때,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집에 올 때는 꼭 역 근처에서 내려서 좋아라 하는 호떡집으로 갔다. 녹차 호떡을 주문하고, 빨갛고 주황빛의 오뎅 국물을 종이컵에 조심스레 덜어놓는다. 그리고 호떡을 받아서 먹다가 달달한 부분을 한 입 먹고, 매콤하고 칼칼한 오뎅 국물을 한 입하면서 단짠을 제대로 즐겼다. 친구와 나는 종이컵을 맨손으로 들고서 추운지 모르고 즐겁게 집으로 갔다. 요즘따라 그 때가 그리운 것 같다.



군고구마

 이사를 오고 나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군고구마를 팔던 아저씨가 계셨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도 했고, 고구마를 좋아하기도 하고, 고소하고 향긋한 향기에 자주 사 먹었다. 유혹을 이기는 척하며 지나쳤다가 안 되겠다며 몇 번 되돌아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 먹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내심 서운했다. 그래도 나름 단골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가면 갔다고, 사정상 고구마를 못 팔게 됐다고 말해주지 하고 말이다. 신문지에 고구마를 잘 싸여져 있는 군고구마는 집에서 쪄먹는 고구마와는 다른 맛이 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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