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새벽을 만나라

새벽의 베네치아

by 이태리부부
이른 새벽 민낯의 베네치아를 만나다.

남편과 나는 도시의 야경보다도 새벽을 좋아한다. 아무리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성수기의 관광지라도 새벽만큼은 그 도시의 민낯을 마주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도시의 초입부인 P.le Roma 까지만 자동차나 버스가 허용되고, 관광지로 불리는 본섬 안은 바퀴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이라고는 유모차와 끌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다. (어길 시 벌금이 부과된다, 단 리도섬은 대중교통과 자동차가 허용된다.) 대중교통인 버스 택시는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필요한 쓰레기차, 응급차, 경찰차, 장례식 차, 택배, 심지어 소방차까지 모두 배다. 새벽에 관광객들이 없는 틈을 타 도시는 더 바쁘게 움직이는데, 슈퍼마켓이나 레스토랑은 필요한 재료들을 배로 운반하여 필요한 수량만큼 부지런히 채우고, 쓰레기 차도 쓰레기를 수거하러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모든 운송수단이 배이고, 목적지까지의 좁은 골목은 사람 손을 이용하여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베네치아의 물가가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것은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만 할 것이다.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1년에 30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관광도시인만큼 성수기에는 좁은 골목길을 사람들 틈에 휩쓸려 다녀야 하거나, 수상버스를 몇 번이고 놓치는 일이 빈번한데 새벽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새벽에는 수상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섬 한 바퀴를 산책해봐도 좋다.


산타루치아 역 앞의 수상버스 정류장에서

여행객들에게도 새벽투어가 좋은 점 중 하나는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베네치아에서는 보통 하루나 이틀을 머무시는데, 체력이 허락한다면 새벽 베네치아 투어 후 오후 일정은 부라노나 무라노 등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근교의 섬으로 갈 수도 있고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다.

바포레토라고 불리는 수상버스

베네치아 삶에서의 다리가 되어주는 바포레토라 불리는 수상버스이다. 이탈리아 도시의 버스들 중 가장 비싼 버스비를 자랑한다. (1회권 7.5유로, 약 1만 원) 상, 하행선에만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 수상 버스 노선이 익숙해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사실 사람이 몰리지 않는 새벽에는 버스보다도 걷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서 노선이나 시간이 변경되기도 한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베네치아는 여행 레벨로는 고급자 코스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버스 내부에는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음도 없다. 그저 문을 열고 닫아주는 직원의 목청에 귀 기울이는 수밖에. 아직까지 많은 부분들이 아날로그이다. 물론 나는 그 아날로그를 사랑한다.


리알토 다리위에서

모든 관광객들의 사진 포인트인 리알토 다리이다. 평소에는 사람 한 명 걸치지 않고 독사진을 찍기 힘든 곳이지만 새벽이라면 혼자 전세를 낸 듯이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베네치아는 무조건 새벽이다.


성수기에도 텅텅 빈 새벽의 수상버스

새벽의 수상버스에는 현지 주민들만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하루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인데 아침 7시만 되면 대부분의 바(Bar)들도 문을 열기 때문에 이탈리아식 아침 식사도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특히나 해가 길고 아침 10시만 되어도 뜨겁기 때문에 새벽 투어를 하고 한낮에 해가 강할 때는 조금 쉬어가면서 체력을 보충해도 좋을 것 같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 아침 일찍 눈곱을 떼고 새벽을 만나러 나오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열심히 살아나가는 도시와 사람들을 보면서 요즈음 나태해진 나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이나 겨울철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을 때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시간을 버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 새벽은 엄청난 자극이 되는 단어이다.

아무도 없는 리알토 다리
리알토 다리 사진의 명당


화보촬영중인 산마르코 성당

새벽에는 웨딩화보, 잡지 화보 등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베네치아만의 독특한 배경과 새벽녘 자연의 빛이 더해지면 보정이 없어도 그리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작품 사진이 나온다. 우리는 로마의 새벽을 배경으로 셀프 웨딩 사진을 찍었는데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면 베네치아의 새벽 우리만의 웨딩사진을 찍기로 약속했다.

두칼레 궁전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의 심장인 만큼 하루 종일 긴 입장 줄로 늘어서 있는데, 아침 8시 15분 오픈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면 줄을 기다리지 않고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새벽 투어는 이렇게 시간을 벌어준다. 남들은 여행을 시작하는 이른 시간에 아침산책 마지막 코스를 산마르코 광장의 두칼레 궁전 방문으로 선택해 여유롭게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

탄식의 다리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곤돌라를 손보는 모습

새벽에는 곤돌라 아저씨들도 영업을 시작하느라 바쁘다. 주차장에서 흩어져 각자의 포지션으로 돌아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산조르조 섬

산 조르조 섬도 베네치아에서 손꼽히는 사진 포인트가 된다. 산마르코 광장을 배경으로 마음껏 포즈를 취해보자.

새벽에 나와서 구석구석 골목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상점은 기록해두고 다음에 꼭 가보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상점들이나 장소가 새벽에는 눈에 쏙쏙 잘 들어온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살루테 성당

항상 바쁜 여행자의 입장에서 도시의 새벽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었을 때 특히 베네치아의 새벽을 만나면 분명 이 도시에 더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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