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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ul 16. 2020

드론 said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라고! 인간아

사물 에세이 #4

드론을 만나다


2017년 여름이었습니다. 회사에 업무상 필요가 있어 조그만 드론을 한 대 구입했지요.


dji spark라는 드론입니다. 스펙으로 말할 것 같으면 a4 반 접은 크기보다 작고 full hd 1080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화면에서 “나를 따라와”하고 포인트 잡아주면 일정간격을 유지하며 따라 오는 기능까지, 아주 똘똘한 녀석입니다. 해외출장 갔을때 아주 톡톡히 역할을 해낸 친구죠.


이젠 담당업무가 바뀌어 더이상 만날 일이 없지만, 제 인생 첫 드론이기도 하고 영상제작이 내 평생의 취미(또는 업무)라고 생각하기에 늘 그리운 녀석입니다.



Nyero Rock mountain, Uganda, Africa


드론과 친해지다


처음에는 ‘이 드론을 어디서 띄워야하지? 괜히 사람들이 보고 시비걸면 어떻게 하지? 내가 사고없이 잘 날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연습삼아 집앞에서 날리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괜한 걱정을 했구나. 우리 동네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런거야? 정말 아파트숲이네 숲이야’

(회사가 위치한 서울은 99%가 비행금지구역이라 연습자체도 안됩니다. 수도방위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하죠)


이후로는 어디서든 날려보고 싶게 되었죠. ‘여기는 하늘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 해외출장을 3번이나 다니며 꽤 친해졌습니다. 아프리카 두번, 필리핀 한번, 그 먼 곳의 생경한 풍경을 가감없이 내려찍어 보여주었죠.



드론이가 말을 걸어왔다


d: 뻬드로. 재밌냐?

p: 응. 당연하지.


d: 뭐 좀 다른 소감없냐?

p:있지. 있고 말고. 배터리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런 긴 러닝타임으로 이 훌륭한 영상을 찍어내다니. 기술만능의 시대야. 중국 대단해. 세계의 공장...


d: 그것보다 좀 낭만적인건 없냐?

p: 아. 그런건 말야. 드론을 하늘높이 띄워서 보는 장면은 대단하지. 감탄이 나와. 뭐가 보이는가? 자유가 보인다아아아아. (bgm. I just died in your arms. 맥스웰커피 광고 삽입곡)


d: 난데없는 아재 인증이군. 잘 들어. 내가 보는, 보여주는 세상은 말이야. 상공 50미터만 올라가도 땅 위의 사물들은 아주 작아지는 세상이지. 너희 인간들이 한 채에 6억이네 하는 그 아파트란 것도 마치 줄맞춰 세워놓은 각설탕 조각들 같지. 내가 신은 아니야. 잠깐 신의 뷰를 대신해서 보여주는거지.


세상 경영학의 진부한 문장 알지?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라고. 코스모스(칼 세이건?)의 관점에서 보면 넌 모나미153으로 찍은 점 보다도 작은 존재라는 걸.


p: 뭐?? 나 보고 겸손하라고? 나 겸손하다못해 찌질하거든.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젠 기계가 훈계를 다 하니 거참. 너도 내가 배터리를 충전해서 꽂아주고 파워스위치를 켜고 조종해주지 않으면 안될걸. 까불지 말고 서로 돕고 살자구.



깨어 보니 꿈이었습니다. 한강에서 펼쳐진 코로나극복응원 드론쇼를 보다가 졸아서 그랬나봅니다. 오늘도 퇴근 지하철에서요.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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