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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ul 20. 2020

욕실장에 보송보송한 수건이 가득할 때

사물 에세이 #8

오늘은 수건입니다.


수건은 대부분 누군가 준것, 어떤 행사를 기념선물입니다.

누구누구 회갑연, 돌잔치, 창립기념......

하긴 저도 제 친구가 처음 사무실 개업을 했을 때 방문자용 선물로 수건을 찍어줬드랬죠.

수건을 했던 이유는 친구의 클라이언트들이 오래오래 쓰면서 업체를 기억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송월타월이 최고의 품질이었겠죠?

제가 자란 대구의 섬유제품 거리에는 간판이 대부분 송월타월이었습니다.


여름철 수건을 많이 사용하는 때에는 빨래바구니에 수건이 금세 쌓여갑니다.

식구가 넷이지만 (상대적으로 가끔 씻는 아들을 제외하면) 하루 3장은 사용되는 듯 하네요.

평일인 5일만 살아도 15장이 축축하게 나오고 퀴퀴하게 되기 쉽습니다.

빨래를 돌리면 수건만으로 건조대 절반을 채웠으니 그 건조를 위해 에어콘이 밤새 고생했었고요.

작년 여름엔 세탁건조기를 드디어 구입해 보송보송하게 말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좀 작아지긴 합니다만.


저희 집에서는 수건을 반으로 접은 뒤, 두 번 접어서 갭니다.

마치 박물관 리플렛처럼요.

수건을 착착 개서 욕실장에 반듯이 넣습니다.

보통 한 칸의 키가 7장에 적당하게 맞습니다.

두 줄로 쌓고 나면 14장, 아마 한 주는 버티겠군요.

문을 닫으면 뿌듯해집니다.

약간의 노동과 그 성과가 손으로 만져집니다.

마음이 든든하고 걱정이 사라집니다.

연탄배달 아저씨가 우리집 창고에 연탄 채워놓고 간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꿉꿉하거나 질척대지않고

보송보송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요청받지 않았으나 앵콜!)

어느날 수건 하나를 회사 의자에 걸쳐놨었는데요.

동료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거 걸레죠?”해서

충격받았었습니다.

오래 써서  낡은 수건이라서 그랬나봅니다.

쓰다보면 낡아지는 거죠.

그래도 구멍난 면 런닝이 걸레로 사용되는 것보단 개연성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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