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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ul 26. 2020

'털' (고양이&나) MECE

사물 에세이 #12

털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나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것이라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털은 길면 추운 날 덜 춥다. (겨울날 털깎으면 무릎냥으로 변신! 올매나 춥게요)

털은 자란다. (점점 긴 털이 날아다닌다)

털은 빠진다. (목욕한번 시키면 배수구가 막힐 것 같다. 나도 아침마다 배수구를 치운다)

털은 먼지와 친하다. (텍사스주 길바닥 bush처럼 굴러다닌다)

털은 자르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안그럼 헤어볼 토한다. 그냥두면 못생겨진다)

털은 빗어주면 시원하다. (고양이는 시원해하다가 아프다고 도망간다. 나는 졸리다)

털은 때로는 돈이 된다. (고양이 미용실 사장님이 돈을 번다. 난 아빠에게 10원씩 벌었었다)

털은 색이 변한다. (우리집 냥이 처음엔 새하얀 놈이었으나 검은 부분이 늘어난다. 내 머리카락도 점점 색이 옅어진다)

털은 언제나 함께 한다. (해외출장 가서 가방을 열었는데 옷에 덕지덕지)

털은 이케아쇼핑을 하게 한다. (끈끈이 테이프롤러 사러 가게 하여 다른 것도 사오게 만든다)

털은 관계다. (냥이는 "내꺼다"라는 뜻으로 온데다가 자기 털을 묻힌다. 방탄의 DNA와 같다. 이 모든건 우연이 아니니까~)


털의 귀찮음, 번거로움, 드러움을 넘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냥이가 나중에 죽으면, 
딸램이 결혼해서 없으면,
그 흔적도 사라질 것 아닌가.


알고 보니 털은 나를 나답게 하는 사물이었던 것이다. 흔적을 발견하고 청소하고 떼어내고 추억하도록 만들어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 움직이게 일하게 만들고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존재를 확인하는 것. 여기에 없으면 없을테니까.


MECE한 결과로 정의해본다.

털은 사람이나 동물의 흔적이다  (내생각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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