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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잌쿤 Jun 18. 2018

허스토리(2018)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고, 행동은 남의 몫인가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글은 'elric13'이 대신 작성하였습니다)


허스토리(HERSTORY), 허스토리는 제목처럼 그녀들의 이야기이고 그녀들은 말그대로 영화속에 살아있는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그들의 고뇌는 끝나지 않고, 그들의 상처 또한 아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동안 멈추지 않았고, 결국 재판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 10년의 과정을,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그 당시의 모습을 인물들의 말을 빌려 표현한 것은 허스토리 연출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각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주지 않고 현재만을 보여줌과 동시에 과거를 현재의 인물의 말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관객들은 더욱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물들이 그 당시에 느꼈을 법한 공포, 몇 십년이 지났음에도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그 당시의 감정이 전해지기 때문이며, 영화의 그 장면안에 관객인 내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관객은 방청객이 되기도 하고 판사가 되기도 하면서, 그들이 고통에 공감하기도하고, 회초리를 맞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지 않기에 재판이 이루어지는 10년을 오롯이 함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고 가장 시선이 가는 인물은 문정숙(김희애)이었다.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의 승리의 서사이기도 했지만, 문정숙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할 것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장본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정숙은 10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의 순간 순간은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문정숙은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고, 행동을 시작할 때는 자신의 감정이 앞섰고, 행동하는 과정에서는 본인의 욕심이 앞섰다. 관심이 없었을 땐 배정길(김혜숙)에 마음의 상처를 줬고, 행동을 시작할 때는 그 당시 위안부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위치로 가버린 또 다른 피해자를 비난했으며, 행동하는 과정에서는 재판에서의 승리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몇몇 사람에겐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보내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잘못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순간 순간이 더 이상 다르지 않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부끄러웠던 이유가 단지 나의 무지와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죄송함과 존경 때문인지, 이 이후에도 지금이 힘들고 팍팍하다는 이유로 이전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해버려서 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HERSTORY(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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