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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17 - 누군가의 아픔을 사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문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는 오 선생님 전화였습니다. 


"오늘 한라봉 따는데 와서 팟지라도 좀 가져가"     


마침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교육받는 날이라 교육 후에 겸사겸사 들리기로 했습니다. 

육지는 최강한파라던 추운 날인데도 서귀포로 넘어오니 이곳은 이미 봄날이었습니다.     

길가에는 유채꽃이 가득합니다.     


군산을 따라 돌고 돌아 한참을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니 너른 한라봉 비닐하우스에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혼자서 이거라도 안했으면 다 굶어죽었을거야. 애들 학교 보내고, 결혼시키고 하는 것도 다 이 한라봉, 밀감농사로 해댔으니까.”     


그는 밀감과 한라봉을 좋아한다고 한다. 밀감과 한라봉에는 ‘딱지’가 붙지 않는다. 


‘간첩’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그는 그 딱지 안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밀감, 한라봉은 딱지가 없다고 했다.     


“어디로 팔던, 누구에게 팔던, 그 박스에 간첩이 만들었다 뭐 이런 건 안 붙잖아. 전과자가 농사지었다고 따로 뭘 붙이지는 않으니까.”     


한라봉을 한가득 담아주며 한마디 던집니다. 


"재판은 잘 되겠지?" 


그는 제주에 몇 남지 않은 조작간첩입니다. 그는 아직도 간첩입니다. 간첩은 한라봉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그 한라봉을 먹습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아픔을 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맑게 갠 서귀포의 반대는 흐린 것처럼, 항상 아픔과 고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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