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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6. 2020

평화밥상

3, 카레



카레를 만들었다.


광보 삼촌이 작년 11월 일본의 친척집을 방문하고 돌아왔을 때 가져온 카레를 이용해 만들어다. 20개 정도 구매를 한 카레가 여전히 적잖이 남아 있었다. 

그 카레에는 일본에서의 기억, 가족에 대한 기억이 함께 들어 있다. 

광보 삼촌이 카레를 만들어먹자고 하자는 때는 대략 정해져 있다. 수상한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을 때이다. 아마도 카레는 가족과 이어진 기억의 편린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음식 중 하나였던 카레, 79년 한국에 돌아와 86년 간첩으로 끌려가기 전까지 가족들과 지내며 먹었던 여러 음식 중 하나였던 카레.

그러나 감옥에서 출소 후 다시는 가족들과 재회하지 못했고, 결국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식구(食口)’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카레도 그랬다. 혼자 살던 그가 자주 해먹는 것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외식이었다. 음식을 하게 되면 혼자 먹을 양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의 집밥을 해먹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수상한집’이 만들어지고, 이 공간을 찾고 머무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눈다. 맛도, 종류도 많지 않지만 따뜻한 밥 한공기와 김치, 구운 김이라도 왁자지껄 떠들며 먹는 그 시간을 즐긴다. 음식은 밥을 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밥을 먹는 그 시간을 우리 가슴에 채우는, 공감을 먹는 시간이도 하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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