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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8. 2020

평화 밥상

4. 온평리 청귤


온평리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귤을 땄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었다.

작년에도 무농약 청귤 덕에 수상한집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적잖은 그 청귤로 청을 담아 겨우내 청귤차를 만들었다. 

다른 과일보다도 비타민이 풍부한 탓에 제법 인기가 좋았다.     

손님들 일정이 제각각이라 아침에 일찍 움직여 청귤을 받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8시에 청귤을 받아서 돌아왔다. 


커다란 대야에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풀고 세척해 건조하며 손님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낮에 서핑을 즐기고 온 친구들, 사려니 숲길을 걷고 온 친구들이 돌아와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눈 후 청귤을 담갔다.

정성스레 칼로 얇게 잘라 먹기 좋은 크기로 미리 살균된 병에 설탕과 청귤을 넣으며 담았다.     

하루에 담지 못해 다음날도 담가야 했다.


청귤 만들던 손님 한분께 나도 모르게 이런 한탄을 했다.

이 청귤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무슨 말이냐고 한다.


온평리는 제주에서 추진 중인 제2공항건설 예정지에 속해 있다. 

언제라도 국토부의 승인이 나면 그 땅은 생명의 땅에서 아스팔트활주로로 바뀐다.

이렇게 푸르고 새콤한 청귤을 내어주는 나무는 모두 베어지고, 그곳은 사람과 비행기, 자동차로 가득해 질 것이다. 

돌담과 숲, 나무, 개천, 그곳에 살고 있는 새들과 곤충, 뱀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보지 못한 무언가가 그곳에 살고 있고, 그 생명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귤나무는 이렇게 청귤을 내어주고 있다.

그러나 공항이 건설되면 더 이상 이렇게 웃으며 청귤을 담그는 즐거움도, 청귤이 숙성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설렘도 사라질 것이다.     


수일이 지나고 설탕이 녹고 청귤 속에 배어 있던 과즙이 섞여 맛있는 청이 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선선함에 청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지금의 이 여름이 기억날 것이고, 온평리의 청귤나무가 기억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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