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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쏘사이어티 #37

습격(2)

by 달리는거북 Apr 01. 2025

“도망쳐야 해!”


그녀는 단원들을 향해 소리지르면서 저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로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경윤은 황급히 뒤를 돌아 주먹을 내뻗었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최실장이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주먹을 가볍게 흘려내고는 곧장 그녀의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퍽!-


최실장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고, 그녀는 수십미터를 뒤로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수십미터를 뒤로 나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저택의 벽 모서리에 몸을 강하게 부딪히고 나서야 겨우 몸을 멈출 수가 있었다.

누가봐도 상당한 충격에 쉽사리 일어나기 힘들어보였다. 아현은 준수를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혈청은요?!”


아현의 물음에 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아현이 쓰러져있는 경윤에게 소리쳤다.


“경윤아! 여분의 혈청을 내게 던져!”


아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고 할 지라도 2명의 각성자라면 최소한 질 것 같진 않았다. 단원 모두의 간절한 시선이 경윤에게로 쏠렸고, 경윤은 재빨리 시계에서 혈청을 빼 아현에게 던졌다. 

아현은 손을 뻗어 혈청을 잡았다.


됐다! 모두가 꺼져가는 승리의 불씨를 다시 밝힐 때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현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상민이 있는 벽 쪽으로 튕겨져 날아갔고, 그리고 그녀의 손에 잡혔던 혈청은 공중에 띄여져 최실장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손에 잡힌 혈청을 부숴버렸고, 그렇게 L.C.S 단원의 유일하게 보이는 승리의 희망도 함께 부숴져버렸다. 


주방으로 떨어진 아현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준수와 원석은 쓰러진 아현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모두들 그녀가 죽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갈비뼈와 팔이 부러지고 극심한 고통으로 의식을 잃고 기절했지만, 생명에는 크게 지정이 없을 정도였다.


최실장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꼭 죽여야 하는 인원만을 죽이고 싶었기에, 딱 전투불능의 상태가 되도록 힘조절 했던 것이었다. 

최실장이 잠시 아현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경윤은 재빨리 일어나 최실장의 복부에 기습적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몸을 뒤로 살짝 빼며 그녀의 발차기를 흘렸고, 최실장은 곧바로 경윤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경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몇 번이고 공격을 했지만, 매번 쓰러지고 넘어지는 건 경윤이었다. 


그 결과 경윤의 호흡은 심하게 뒤틀려 있었고, 제대로 서 있는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들의 결투를 본 L.C.S 단원들과 유성 일행, 한서훈 경감 모두는 경윤의 패배를 직감할 수 있었다.

상오가 총을 맞고 죽은 시점부터 경윤의 패배의 기색이 깊어지는 지금까지 수많은 일이 발생했지만, 객관적인 시간으로 본다면 2분도 채 안되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바로 눈 앞에서 발생한 상오의 죽음과 아현의 부상까지 모든것이 혼란스러운 영건이었다. 


머리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애진 영건은 끝임없이 자신이 도움이 되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었고, 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문득 그의 머리 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누나가 나에게 혈청이 담긴 시계를 줬잖아.’


영건은 시계를 담은 가방이 차 속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고, 얼른 차로 뛰어들어갔다. 그 순간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준수였다.

준수는 경윤이와 최실장이 결투를 펼치고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만약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우는데 개미 한마리가 그들 발 밑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시시각각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결과였기에 원석은 준수에게 가지 말라고 외쳤다.


하지만 준수는 원석의 그런 만류에도 계속해서 뛰어 갔다.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그들이 해킹 작업을 했던 컴퓨터 작업실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경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경윤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패배의 기색은 더욱더 깊어져 있었다. 기적같은 반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준수는 크나큰 상실감을 느낀 채, 황급히 컴퓨터를 켰다. 몇 해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서, 드디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단계에 왔는데 갑작스로운 공격에 모든 것이 헛투로 돌아가버린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곧 맞이할 죽음보다 더 괴로움 심정이었다.


그는 최소한 자신이 해킹한 자료들, 경제 재벌들이 시민들을 가축화 하려고 했고, 수많은 경제계, 정치계, 사법계, 언론계, 시민단체들과의 부도덕관 밀착관계에 대한 자료들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부팅되었던 컴퓨터는 왜 이렇게 느리게 켜지는 지, 준수는 입이 바짝바짝 말라가기 시작했다. 컴퓨터 부팅이 완료되었다는 화면이 뜨자마자 준수는 재빨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준수의 뒤통수에 서늘한 쇠붙이 하나가 뭉특하게 느껴졌다.



***



나는 차 뒷자석에 있는 작은 배낭 속 가장 깊은 곳에 손을 집어 넣었다. 혈청이 담긴 시계. 그건 내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기에, 꼭꼭 숨겨두었던 것이었다. 

역시나 시계는 내 기억대로 제자리에 있었고, 나는 일초도 지체 없이 시계를 착용하고는 각성버튼을 눌렀다. 시계 속 바늘이 내 손목을 찌르는 고통이 따끔하게 느껴졌다.

곧이어 내 심장소리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온몸이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가득 차 올랐다. 

나는 순식간에 경윤을 공격하는 최실장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를 향해 오른발을 날렸다. 최실장은 나의 공격을 두 팔로 가까스로 막았지만, 곧이어 이어지는 경윤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경윤의 주먹은 최실장의 복부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퍽-


처음으로 경윤의 공격이 정통으로 먹혀들어갔다. 최실장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질러댔지만, 곧바로 균형을 잡고는 내게 주먹을 날렸다. 

그녀와의 수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각성 효과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의 공격이 눈에 다 보였다. 그래서 나는 얼른 그가 뻗은 손 아래로 고개를 숙이며 주먹을 내질렀다. 경윤이와의 훈련 때 배운 카운터였다. 카운터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 효과가 배가 되는 공격법으로 최실장을 쓰러트릴 수 있는 절호의 일격이었다.

내 주먹은 막힘없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하지만 왠 걸? 내 주먹이 그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그의 주먹이 내 턱 밑으로 쏟아져 올라오고 있었다. 


-퍽- 


공사장에 있는 건물을 부수는 거대한 망치로 턱을 쌔차게 얻어 맞은 듯 했다. 턱끝에서부터 전해지는 강력한 고통에 뇌는 순간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는 멈춰버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고, 두 다리는 힘이 풀려 그대로 고꾸라 넘어질 것만 같았다. 


흐릿해져버린 내 시야 앞에 최실장의 주먹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저 주먹을 맞으면 다시는 못 일어날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미 온몸의 힘이 다 풀려버렸기에 나를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막아낼 기력 조차 없었다. 


‘이렇게... 쉽게...끝인가...?’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꺼져가는 의식을 번뜩 들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 배운대로 두 손으로 가드를 해!”


경윤의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말한대로 기계적으로 두 손을 모와 방어 자세를 취했다. 최시랒ㅇ의 주먹이 내 가드에 부딪히면서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간신히 그의 공격을 막아내자, 그도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는 경윤이 재빠르게 오른발을 뻗어 그의 옆구리를 노렸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최실장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몸을 살짝 비틀어 공격을 흘려냈고, 곧바로 우리와의 거리를 벌렸다.

우리는 숫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쉽게 덤벼들 수 없었다. 괜히 성급하게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반격당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성이 무장한 경호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경윤의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즉, 그녀의 각성 시간이 이제는 단 1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그렇다면 1분 안에 무조건 최실장을 쓰러뜨려야 했다. 나 혼자서는 그를 쓰러트릴 수 없으니까.


이 사실은 나와 경윤 그리고 상대편인 최실장까지도 모두 알 수 있었기에, 우리 모두는 신중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남은 공격은 단 한 번. 많아야 두 번 뿐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남은 공격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최실장은 뒤로 뛰며 우리와 거리를 더 두었다. 경윤의 각성 타임이 끝날 때 까지 정면 승부를 하지 않을 속셈인 것이다. 1분동안 싸워주지 않는다면 이길수 있다는 기회마저 박탈된다는 초조함에 나는 얼른 그를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뒤로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라는 경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지 않은가! 


“시간이 없어! 일단 부딪혀봐야지!”


나는 돌진을 멈추지 않고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최실장은 뒤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그대로 내가 달려오는 힘을 역이용해 주먹을 날렸고, 그의 주먹이 또다시 내 얼굴에 제대로 꽂혀들어왔다.

나는 그렇게 또다시 무릎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두 눈이 어둡게 감겨버렸다.


경윤은 나를 뒤쫓아왔기에 곧바로 뛰어들어 발차기를 날렸지만, 최실장은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게 그 둘은 여러 번의 공격을 서로 주고 받았고, 천천히 경윤이 밀리기 시작하더니만, 결국에는 그녀의 복부에 최실장의 주먹이 제대로 꽂혔고, 경윤은 소리 조차 내지 못하는 신음을 내며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녀의 괴로움이 가득 담긴 숨소리와 이제는 30초밖에 남지 않음을 알리는 날카로운 시계 경고음만이 가득했다. 최실장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려는 듯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그는 마지막 한방을 위해 허리를 돌리면서 어깨와 팔꿈치을 뒤로 쭉 당겼다. 그러자 그의 주먹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얹어진 화살과 같았고, 그는 잔뜩 당겨진 주먹을 그녀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탁!-


그의 주먹은 그녀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 그대신 단단하게 몸이 묶여버린 것 마냥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의 등뒤로 올라타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그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것은 사실 나의 연기였다. 1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안에 도망치는 상대에게 정면승부로 이기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기에, 나는 일부러 쓰러진 척을 하고 방심을 유도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괴로워 하고 있는 경윤에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빨리 공격해!”


나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경윤은 최실장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빙고!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최실장은 고통에 몸부림 쳤고, 경윤은 젖먹던 힘까지 끌어쓰려는 듯이 강한 기합과 함께 최실장에게 연달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승리를 예감한 유성 이사와 무장한 경비원들은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던 걸음을 멈추고는 고래 고래 질러댔다.


“최실장 그것도 제대로 처리못하면 어떻게 해! 그렇게 멍하게 당하지 말고 처리 하라고! 어떻게 된게 데리고 있는 부하라고 저런 놈밖에 없는거야. 재수 진짜 더럽게 없네! 최실장 어떻게든 빨리 처리 해!”


그의 고함과는 달리 내가 여전히 그를 단단히 묶고 있었기에 그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였고, 경윤은 계속해서 그에게 주먹을 난사했다. 그렇게 최실장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살짝씩 풀려 나갔고,리들의 승리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마른 하늘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만 해! 준수를 살리고 싶으면!”


총알은 내 어깨에 맞았다. 하지만 내 두꺼워진 살가죽을 뚫어내지 못한 총알은 튕겨져 나가버렸다. 나는 총성이 울려퍼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모르게 눈쌀이 찌푸러졌다. 


‘뭐지? 내가 보고 있는게 맞는건가?’


순간 준수형과 상민이 형을 보고 있음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상민이 형이 팀장님의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대고 있는 거지?


-탕! 탕!-


총소리는 또 다시 마른 하늘을 갈랐다.


“마지막 경고야! 그렇지 않으면 준수는 죽어! 빨리 그 남자를 풀어줘!”


상민이 형의 목소리에 의식을 잃어가던 최실장은 눈빛이 다시금 또렷해지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와 반대로 나는 팀장님 쪽에 신경이 쓰여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윤은 소리쳤다.


“정신차려! 일단 이 놈부터야!”


다시금 몸에 힘을 꽉 주어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최실장을 옭아매었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팀장님 쪽에 쏠려 있었다. 


“상민이 형!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에요?! 어서 팀장님을 풀어줘요!”


나의 외침에 팀장님이 대답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 사람을 풀어주면 우리는 다 죽는 목숨입니다. 그러니 그놈을 꽉 잡

아요!”

이번에는 상민이 형이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아. 그 놈을 풀어주면, 너희 모두 살려 줄게! 그건 내가 장담해. 난 그냥 이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만 있으면 되는거야. 내가 뭐하려 너희들을 죽이겠어?! 그러니 빨리 그 남자를 풀어줘! 시간 없어 마지막으로 5초 준다.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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