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T.: The Extra-Terrestrial> (1982)
세상에 이 영화를 드디어 봤다.
말로만 듣던 영화, 이티를 보며 ‘나 왜 이걸 이제야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로 스필버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스필버그의 무해함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기엔 또 그의 영화를 거의 다 보기는커녕 몇 개만 본 수준이라 그의 영화는 무해하다!라고 확신하며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를 이제야 봤으니..) 일단 내가 본 그의 영화들 중 대부분은 그랬다. 그리고 그 대부분에 속하는 그 영화들을 좋아한다. 착한 이야기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작품인 파벨만스를 가장 좋아한다. 그 영화는, 비 오는 장면이 꽤 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이지 않을까. (2위는 사랑은 비를 타고에게 주련다.) 근데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 눈물 나게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번에 본 이티도 나의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무해한 스필버그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카테고리.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엘리엇과 친구가 되고, 엘리엇은 형 마이클과 동생 거티에게도 그를 소개한다. 엘리엇은 그를 ‘이티’로 부르며 그와 가까워지고, 둘은 심지어 텔레파시가 통하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티는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 하고, 아이들은 이티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어른들을 피해 그를 집으로 보내주려 노력한다. 이런 착하고 순수한 영화이다.
아, 신선함을 느끼기엔 너무 클래식한 영화이다. 이 이후로 이런 장르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그런데 대신, 아니 그래서인지, 신선함 말고 어떤 유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내 감상의 포인트인데, 엘리엇과 이티가 자전거를 타고 날아올라 달빛에 그들의 모습이 비치는 그 유명한 장면에서 엄청난 감동을 느꼈던 것이다.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갑자기 부웅 날아오르는데, 순간 심장이 같이 부웅 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실루엣이 달 앞을 지나가는데, 너무 예뻐서 뭉클했다.
그.. 약간 울 뻔했다. 아니, ‘이 장면만 떼어놓은 걸, 그러니까 인용한 자료가 아니라 진짜 원본(?) 영화에서 보다니!’의 감동이 갑자기 좀 컸다.
누군가의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그림, 사진, 건물 같은 걸 실제로 봤을 때의 감동과 같은 부류의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영화는 내가 꽤 오래 동경하던 분야이고, 그중에서도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생각날 때마다 ‘언젠가 그날의 온도와 습도와(…) 나의 감정 등등 모든 게 딱 맞는 날 꼭 보리라’ 마음먹었던 영화.
결국 그 ‘딱 맞는 날’이라는 게 이날이었는지는 모르겠는 게, 그냥 틀었더니 끝까지 봤기 때문이다. 이티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이 아니라 (다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운다길래..), 생각지 못한 장면들에서 엄청난 감동을 느끼는 것에 희열을 느끼면서. 그러니까, 온도와 습도 따위나 나의 감정이 뭐가 어떻든 간에, 그냥 틀면 빠져 보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 내내 깔리는 존 윌리엄스의 이티 사운드트랙을 진짜 영화로 듣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 영화를 드디어 보고 있는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순간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딱 이 장면을 보게 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감동인 영화였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유명한 옛날 영화를 봐오면서 이런 적은 처음인데, 이 영화가 스필버그식의 눈물 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는 말도.
다소 벅찼던 이 리뷰는 이렇게 끝내 본다.
이런 이야기는 항상 이긴다. 그랬으면 좋겠고.
이 영화가 심장을 (좋은 의미로) 부여잡게 만드는 클래식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