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책 <Louisiana’s Way Home> _ 케이트 디카밀로

by 강가든

** 책 <Raymie Nightingale>과 <Louisiana’s Way Home>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모두 케이트 디카밀로 작품.




‘루이지애나’는 ‘레이미’가 주인공인 <Raymie Nightingale>의 첫 부분에서 기절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Raymie Nightingale


먼저,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Raymie Nightingale>은 세 친구의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배턴 던지기 수업에서 만난 레이미, 루이지애나, 그리고 ‘베벌리’가 레이미의 걱정과 불안을 얼떨결에 함께 해결해 나가며 친구가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해결? 이 과정을 읽고 있으면 해결보다는 무모한 모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그들은 그 무모한 모험을 해결로 이끈다. 착한 어른들의 약간의 도움과,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그들은 모두 어른들에게 받은 각자의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다.

일단 <Raymie Nightingale>에서는 주인공이 레이미라서 말하자면, 우리는 레이미의 아빠가 다른 여자와 집을 떠났다는 사실이 레이미를 계속 괴롭힌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은 레이미가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서 뉴스에 얼굴을 비춰야 한다는, 그렇게 해서 아빠를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아이에게는 강박이 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 생각의 원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레이미는 그 대회를 위해 착한 일(지원서에 ‘어떤 착한 일을 했는지’ 쓰는 칸이 있었다)을 하기 위해 노인 요양원에 가서 책을 읽어드리고, 그러다 어떤 작은 사건 때문에 책을 놓고 오게 된다. 이 책을 가져오기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 잡혀있다는 루이지애나의 개 ‘아치’를 데려오기 위해 세 친구들이 얼떨결에 뭉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일에 시큰둥하지만 겁이 없는 베벌리의 용감함과 따뜻함을 보고, 모든 일에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쉽게 기절하는 루이지애나의 순수함을 본다. 그리고 많은 생각으로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주저하던 루이지애나가,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그 누구보다 용감한 행동을 하는 걸 본다. 레이미는 그가 노인에게 읽어주고 되찾아야 했던,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빌려준 책의 주인공 나이팅게일처럼 사람을 구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그들은 정말 친구가 된다. 그리고, 레이미는 모든 불안과 걱정을 가볍게 만드는 것에 성공한다.




*


그리고, 다음 이야기 <Louisiana’s Way Home>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시작되는 루이지애나의 이야기이다. 루이지애나는 화자로서, 시작 부분에서 우리에게 말한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는 걸 경고한다고.


Louisiana’s Way Home


전작에서 루이지애나의 정보는 할머니와 같이 산다는 것, 부모님은 유명한 공중그네 곡예사였고 돌아가셨다는 것, 아치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는 것, 노래를 아주 잘한다는 것 등등이었다. 이 중에서 아주 유명했던 공중그네 곡예사였던 부모님 이야기는 루이지애나가 직접 말한 것이니, 레이미와 베벌리, 그리고 독자들은 저 정보들이 진짜인지 뭔지 모른다. 시니컬한 베벌리는 루이지애나가 이 이야기를 할 때 콧방귀를 뀌곤 했다. 다른 말들에도 그러는 아이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번 루이지애나의 이야기에서 이게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진다. 루이지애나조차 몰랐던 사실들. 그러나 사실, 그게 사실인지 뭔지를 떠나서, 이미 전작에서 루이지애나는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훔치는 할머니와 같이 살고,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다고 말하고, 수시로 기절하는 아이였으니 루이지애나에게도 슬픈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으니 놀랄만한 일까진 아니었다.


루이지애나의 슬픈 이야기를 읽고 있는 나에게 놀랄만한 일은, 루이지애나가 경고한 대로 이게 정말 슬픈 이야기였다는 것이었다. 이전 이야기에서 우리는 레이미의 슬픔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함께 모험했다. 그 모험은 정말 파랗고, (첫 번째 이야기는 국내에서 '이상하게 파란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비룡소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지금은 절판.) 순수하고, 그래서 중간중간 슬펐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당연히 다 괜찮아지리라는 확신이 들만큼 맑고 산뜻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루이지애나의 모험은, 심지어 그의 의지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가 된 그의 모험은 보다 더 무거웠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아니 이런 이야기에서는 당연하게도 루이지애나는 좋은 어른들과 좋은 친구 버크를 만난다. 그들 덕분에 루이지애나는 후반부에 다행히, 아니 당연히 받아야 할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할머니를 용서한다고 말할 수도 있게 된다.


이 소설 시리즈는 나에게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어른들을 위한 소설의 중간에 있는 느낌이다. 너무 그래서 내가 몇 년 전 여름에 첫 번째 이야기 <Raymie Nightingale>을 처음 읽고 나서 그다음 여름에 이 이야기를 또 떠올렸던 거고, 그다음에도 떠올렸던 것이다. 몇 년이 지나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찾아보니 이미 두 번째, 그리고 베벌리를 주인공으로 한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가 출간이 된 상태더라. 서둘러 읽고는 루이지애나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2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여서 그런가? 그새 조금 더 성숙해졌나. 아니면 원래 그런 아이였나. 전작에서 조금씩 보였던 천진난만한 모습은 갑작스러운 여행 또는 (할머니의) 납치 때문에 싹 없어져 버렸다는 게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이사이, 용감함과 따뜻함,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을 읽으며 희망을 가졌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네 말대로 정말 슬픈 이야기네.

그래도, 괜찮을 거야.


왜냐하면 전작에서도 그랬듯, 좋은 어른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도. 그들은 루이지애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한다. 루이지애나에게 자신 몫의 아이스크림을 쉬이 내어주고, 케이크를, 땅콩을, 공간을 내어준다. 여행 가방을, 레이미의 전화번호를, 희망을 찾아준다.

어쩌면 괜찮을 거라는 희망적인 말은 누군가에게는, 또는 어떤 상황에서는 적절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이 말을 어떤 관계의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서 꽤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위로의 말이란 게 다 그렇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괜찮은 위로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을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어른들이 아이에게 하는 희망적인 말은, 좋은 어른들이 행동과 함께 하는 말이라는 것에서 그 정당함을 얻는다.

그게 중요하다. 레이미와 루이지애나는 자신을 두고 떠난 어른들이 아니라, 남겨진 자신을 보호해 주려는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어른들은 정말로 루이지애나를 보호한다. 그들은 루이지애나에게 '방법을 찾으라'거나 '너는 방법을 찾을 거야'라고 하지 않고'내가 방법을 찾아볼게'라고 말한다. 그렇게 루이지애나는 어른들의 도움도 받고 스스로 방법도 찾는다.

이게 어른들의 의무일 거라고, 이전 레이미에 이어 이번 이야기에서는 더욱더 느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을 만큼 정말 그들이 괜찮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선함과 용기와 책임감과 같은 어른스러움을 가진 어른이 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려면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할까 생각하다,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


마지막 베벌리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게 베벌리의 이야기였다.

모두 아픔과 모험과 희망을 바탕으로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는 세 친구의 우정이 중심이었고, 두 번째 이야기는 자기 정체성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같이 있었다면,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떨까.

첫 번째 이야기는 마음이 가벼워졌고, 두 번째 이야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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