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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Oct 24. 2021

커리어 성장의 5단계

나는 어느 단계에 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의 성장 방법과 경력을 10년 이상 쌓은 리더급의 성장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다르고 이에 따라 내가 집중해야 할 영역도 달라진다. 내 수준에 맞추어 갖추어야 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어야 더 큰 기회가 열리고 이에 따라 내가 받는 대우 또한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성장 방법에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경험은 소중하고 그것들이 어떻게든 쌓여 성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내 수준과 단계에 좀 더 적합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순한 예로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은 굳이 리더십을 고민하기보다는 내 역할을 잘 수행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고, 30명이 넘는 조직의 장으로서 활동하는 CEO가 갑자기 특정 직무의 전문 영역에만 집중하면 조직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커리어 성장에 어떤 단계가 있고 각 단계에서 어떤 새로운 도전이 있는지를 알면, 나와 내 조직의 성장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커리어 성장의 단계를 나눔에 있어서, 주니어/시니어, 팔로워/리더, 팀원/팀장처럼 2단계로 단순화하여 표현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성장을 고민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내 위치를 확인하여 성장을 위한 힌트를 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또한 조직 측면에서도 조직이 커지고 복잡도가 증가하면서 다양하게 단계를 세분화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과거 두산중공업에서 근무를 할 때에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상무 등으로 이어지는 직급 체계가 있었고, 현재 일하고 있는 원티드에서는 직급은 없이 모두 동일한 호칭을 지니고 있지만 커리어 레벨이라는 제도를 통해 총 7개로 레벨을 나누어 평가와 보상, 성장 가이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각기 다른 두 제도를 경험하면서, 내 커리어 성장을 고민하면서, 혹은 누군가를 코칭해주고 리딩 해주면서 고민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각각의 성장 단계가 있으며 각 단계에서 반드시 중점적으로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커리어 성장의 단계를 크게 5단계로 나누어 보았고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특정 회사의 제도나 전문적인 이론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 경험과 생각에 근거한 것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또한 나 자신이 조직관리자, 매니저로서의 성장 코스를 밟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 한 전문가로서의 성장 단계에 대해서는 아래 내용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서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연차 혹은 직급과 내 커리어 성장의 단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경력이 쌓을수록 경험이 많아지고 성장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람 / 직무 / 환경 등에 따라서 성장 속도는 천차만별이고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하는 일도 꽤 자주 발생한다. 흔히 생각하는 연차와 직급의 틀에서 아래 내용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진짜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중심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레벨 1] 팔로워 (Follower)

배움과 성장의 단계

 이 레벨은 대기업 기준으로는 일반적으로 사원~대리에 해당되고, 원티드 커리어 성장 제도 기준으로는 레벨 1에 해당되는 레벨이다. 이제 일을 배워나가는 단계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편한데, 이 단계에서는 주로 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내가 무언가를 책임지고 성과를 내는 것을 욕심내지 말고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일하면 되는 것인지를 배우면서 꼼꼼하게 수행하는 것이 이 레벨의 중요한 덕목이다. 

 처음 이 글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원래 떠올렸던 첫 번째 단계의 명칭은 "신입"레벨이었다. 하지만 신입으로서의 1~2년 정도가 지난 이후에도, 레벨 2의 "잘하는" 실무자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팔로워"라는 명칭으로 바꾸었다. 엄밀히 말하면 레벨 1~3까지는 모두 리더라기보다는 팔로워가 맞지만, 그중에서도 레벨 1은 특히나 팔로우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명명해보았다. 

 현재 내가 이 레벨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배움과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다. 나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하면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있는지 항상 생각하고, 다양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서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탐색하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내가 잘하는 영역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을지에 대해서 구체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이 조금씩 쌓이고 이제 누군가의 지시나 컨펌이 없이도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면, 두 번째 "잘하는 실무자"의 단계로 성장할 차례이다.


[레벨 2] 잘하는 실무자 

내 업무에 대한 오너십과 전문성을 갖추는 단계

 대기업 기준으로 대리~과장 직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특정 실무 영역을 담당하면서 그 영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이고 실제 업무가 돌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주축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조직에서 실무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이고, 여기에 해당하는 개인들 또한 어떤 조직에 들어가서도 본인이 해낼 수 있는 전문영역이 명확한 상황이다. 보통 이직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활발한 연차가 3년~7년 차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위와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듯 실무의 핵심이라는 것이 레벨 2의 중요한 특성인데 '실무자'라는 표현에 더해, '잘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본인이 위임을 받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발휘하고 입증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단서조항을 붙였다. 일을 하다 보면 대리~과장급 직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혹은 5년 이상의 경력이 쌓였으면서도 여전히 업무에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봤을 것이다. 본인 영역을 확보하고 그 영역에 있어 남들로부터 신뢰감을 쌓은 사람이 레벨 2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포괄적으로 표현할 단어를 찾다가 '잘하는 실무자'라고 명명해보았다. 

 앞선 레벨 1 단계에서 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고 수행 결과에 대해서도 리더의 컨펌과 피드백을 필요로 했던 것에 비해, 본 단계에서는 내가 맡은 업무 영역에 대해서 온전히 위임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업무 방향성에 있어서도 본인의 목소리를 점점 낼 수 있고, 결과물에 대한 성과와 책임 또한 점점 나의 몫이 된다. 

 이 레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십과 전문성이다. 이제는 내가 담당하는 업무는 오롯이 나의 업무로 인식되는 상황이므로, 해당 업무에 대해 확실하게 '내 것이다'라는 오너십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점점 해당 업무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최소한 내가 맡고 있는 내 업무 영역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그 업무를 지시하는 팀장/리더들에 대한 불만도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또한 이 단계에 있으면서 '팀장님은 이 업무를 제대로 모르면서 바보 같은 지시만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고, 그런 불만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어 앞서 말한 것처럼 이직 시장에서 가장 핫한 레벨이다.



[레벨 3] 미니 리더

'나'를 넘어 '조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단계

 "잘하는 실무자 레벨"에서 내 영역 안에서의 전문성과 오너십을 쌓았다면, 이제는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향력의 확대를 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도달한다. 1단계에서 누군가의 가이드를 받아서 일을 했고 2단계에서 나 혼자 일을 하게 되었다면, 이제는 나 혼자 일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 팀, 기업, 파트너사 등에게 점점 영향력을 행사할 때다. 다른 팀원들을 리딩 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 팀장을 대신하여 팀을 대표로 회의에 참석하거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나게 된다. 사업개발이나 영업 등과 같이 외부와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회사를 대표하여 협상을 리딩하고 계약 조건을 결정하는 등의 업무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나'라는 개인을 넘어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지는 단계이고, 점차 팀/조직의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통상 대기업 기준으로는 과장~차장 정도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실무 팀원(레벨 1~2)과 팀장 (레벨 4)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단계를 지칭할 때 '중간 관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엄밀히 말하면 더 상위 레벨인 팀장/임원급 역시도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는 대표/경영진과 실무 팀을 이어주는 '중간 관리자'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중간 관리자'라는 표현보다는 '미니 리더'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의미적으로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조직을 리딩 하는 권한과 의무가 공식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래에서 설명할 레벨 4부터인데, 레벨 3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리더의 역할을 맡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리더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레벨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미니 리더'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리더로 도약하는 단계를 준비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크고 업무 범위가 넓은 팀에서 파트리더, 파트장과 같은 역할을 두고 업무를 리딩 하는 - 인사권은 없는 경우가 많음 -  역할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레벨 3의 팀원에게 좀 더 공식적으로 업무를 맡기는 케이스이다) 


[레벨 4] 팀장 

내가 아닌 '조직'을 바라봐야 하는 리더십의 시작

 4단계인 "팀장 레벨"에 이르게 되면 조직관리가 본인의 공식적인 메인 업무가 된다. 커리어 성장의 단계를 크게 팔로워(팀원) vs 리더(팀장)로 이분법으로 나누어 본다면, 레벨 1~3은 팔로워(팀원)에 해당하고 레벨 4부터 리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5개 단계에서 매번 큰 변화들이 발생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이다. 레벨 3인 '미니 리더'의 단계에서도 나의 영향력을 넓히는 일을 해왔지만, 4단계부터는 '나'라는 틀을 아예 벗어나서 '팀'이라는 틀을 기반으로 사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레벨 3에서는 내 역량의 크기 100을 넘어서 120, 150을 달성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라면, 레벨 4에서는 내 역량의 크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팀원들 역량의 합이 얼마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큰 변화를 맞이한 만큼 집중해서 배워야 할 중요한 역량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조직 관리'라는 것이 내 업무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는데 조직의 업무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회의를 이끌고, 의사결정도 하고, 업무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조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성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며 채용/평가 등과 같은 인사업무 또한 나의 업무 시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업무를 하기 위해서 기존에 실무자로서 해왔던 업무를 내려놓는 방법도 배워야 하는데, 이를 팀원들에게 적절히 위임하고 위임된 업무가 잘 진행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내가 받는 기댓값이나 평가의 기준도 크게 변화하게 되는데, 기존에는 '나 자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팀의 성과 = 나의 성과로 평가받는 단계가 된다. 

 이렇게 큰 변화를 겪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좌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한번 검색해보면 수도 없이 많은 책, 강연, 아티클, 교육 프로그램 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오죽 어려우면 이 주제가 이토록 꾸준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들에서 '나는 리더 재질이 아니야', '나는 실무자가 더 적합해'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사실은 리더가 되는 과정에서 변화의 폭이 크고 사전에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조직에서 팔로워는 많고 리더는 적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경험을 미리 쌓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당연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초부터 '리더 재질'인 사람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스스로 훌륭한 리더라는 확신은 없지만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좀 더 잘해보려고 노력 중이고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과 아티클을 읽어보기고 하고 스터디를 직접 기획에서 진행해보기도 했다. 그런 경험으로 원티드의 리더십 스터디를 리딩 하면서, 다른 리더들을 이끌어 주기도 하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받기도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벨 5] Manager of Managers (임원)

조직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하는 단계

 원티드라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채용, 커리어라는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팀장 역할을 하면서 그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그런 과정에서 위의 생각들이 정립이 되기 시작했는데, 처음 아이디어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가 최근에 부문장이라는 역할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레벨 5. Manager of Managers를 추가하게 되었다. 처음 부문장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1개의 사업팀과 2개의 제품 스쿼드를 리딩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존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나는 사업개발팀의 팀장이었고 신사업을 담당하는 제품 스쿼드와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달라질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3~4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내가 맡은 역할이 기존과 비교해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레벨 5라는 이름으로 추가를 해보게 되었다. (혹시나 내가 더 성장하게되어 새로운 지평을 경험하게 된다면 새로운 단계가 추가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팀)이 존재하고 그런 조직들을 묶어서 상위단에서 리딩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보통 '임원'이라고 칭하곤 하는데 고용형태에 따른 '직원'의 반대 개념으로 '임원'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서, 본문에서는 "Manager of Managers"라는 표현을 사용해보고자 한다. 내가 관리해야 되는 대상이 팀원들이 아니라 팀장(Managers)으로 변화했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팀원들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1차적인 관리 책임자는 이제부터 내가 아니라 팀장이다. 나는 2차적인 관리자가 되는 것인데, 실무자에서 리더가 되면서 실무를 놓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레벨 4에서 레벨 5로 넘어오면서 1차적인 관리자의 업무를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롭게 집중해야 하는 키워드가 등장하게 되는데, (나 또한 레벨 5는 경험이 너무 부족하지만) 일단 내가 찾은 키워드는 "방향성"이다. 조직과 업무에 대한 1차 리더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조직이 가라앉지 않고 기존에 해오던 업무는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내가 없이도 조직의 생존과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의 역량과 시간은 조직 관점에서는 일종의 '여력'이 되는데 이 남는 힘을 '무게추'처럼 활용한다면 조직이 기존의 방향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티드의 커리어 사업부에서 기존에는 개별 강연/교육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었는데, 당시 나는 레벨 4 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개별 강연/교육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고 잘 판매할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 개별 판매 대신 구독 형태로 바꾸어보자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셨고 지금은 그것이 커리어 사업부의 메인 구독 상품 Wanted+가 되었다. 완전히 사업 방향성 자체를 바꾸는 큰 결정이었는데, 아마 팀 내에서 스스로 그런 큰 결정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고 리스크를 책임질 수 있는 대표님의 존재가 결정적인 방향의 전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듯 조직이 더 발전적인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팀 레벨에서 결정하기에는 무거운 의사결정을 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 그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놓인 방해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레벨 5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감은 잡았지만 아직 나 또한 처음 하는 역할이라 이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제도들과 스스로의 고민을 뒤섞어서 위와 같은 5개의 단계로 커리어 성장의 단계를 나누어 보았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고마운 독자분이 계시다면 위의 분류 체계에 맞추어 여러분 자신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생각을 한번 해보았으면 한다. 본인의 연차나 직급, 타이틀과 별개로 내 진짜 실력과 수준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그 단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중점 영역에 내가 충분히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도 한번 돌아본다면, 각자의 커리어 성장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여러분이 혹시 리더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코칭해주고 조언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코칭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그에 맞는 코칭법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레벨 1] 팔로워 단계에 해당하는 팀원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학습할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고, [레벨 3] 미니 리더에 놓여 있는 팀원이라는 나를 대신하여 우리 조직을 대표하고 핵심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리딩 해주어야 할 것이다. 

 

 나의 성장, 내가 이끌고 있는 조직의 성장, 우리 조직에 맞는 제도 등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빌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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