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통해 성장의 목표점 구체화하기
성장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생각 요소들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최근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사는지에 대한 고민인데, 이런 마인드셋을 크게 3가지로 분류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나의 현재'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것인데, 내가 잘하고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성향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이해를 해야 이를 바탕으로 성장의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목표'에 대한 생각이다. 성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하는 것, 그런 생각을 가지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것이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준다. 세 번째는 '성장의 여정'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나의 현재와 목표를 이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고 그 단계에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글에서는 두 번째로 언급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목표가 없다면 꾸준히 노력할 동기부여를 얻기가 쉽지 않고, 설령 동기부여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이리저리 방향성이 흔들린다면 오늘의 노력과 내일의 노력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쌓여 나가기가 어렵다. 하나의 방향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과 성취를 쌓아나가기 위해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답을 하기가 어렵고,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목표'라는 막연한 단어를 구체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롤모델'을 활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롤모델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모든 사람들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닮고 싶은 면도 있지만 닮고 싶지 않은 면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특정한 누군가를 내 롤모델로 상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모델'이라는 것을 내 성장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보통 어렸을 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것이 북극성이 될만한 롤모델을 설정해보고 그 사람을 하나의 이정표로 생각하고 성장하는 방법의 첫걸음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던 사람도 없고, 스스로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이 방법을 잊고 지내고 살다가, 내가 참여하고 있는 "Project One"이라는 스터디 모임에서 이러한 방법을 다시 시도해보게 되었다. 내가 닮고자 하는 존경할 만한 사람을 선정해보고, 배울 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보고, 그 사람이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과 습관 등을 벤치마킹해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당시에 1930~40년대 3M 기업의 회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맥나이트 (William McKinght)라는 사람을 롤모델로 정했다. 당시 나는 두산중공업에서 공채로 입사하여 4~5년 차 정도가 된 시점이었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3M은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기업임에도 위임/자율/혁신 등과 같은 기업문화를 핵심 가치로 가지고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긴 역사를 가진 제조 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이 분께서 창업자가 아니었지만 17년 간 이사회 회장으로서 기업을 이끌었고 창업자 이상으로 3M이라는 기업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창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커리어를 밟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북극성"이 될만한 롤모델을 설정해보는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큰 도움이 되진 못 하였다. 물론 윌리엄 맥나이트로부터 배우고 싶은 면들도 많지만, 내가 추구하는 다양한 목표와 지향점을 윌리엄 맥나이트라는 한 사람의 롤모델에 담아내는 것이 어려웠고 그렇기에 해당 인물에 대한 관심은 금세 식었다. 게다가 북극성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크고 멀리서 빛나고 있는 사람을 롤모델로 정하다 보니, 당장 오늘의 나 자신이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았다. 롤모델과 나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크게 보았을 때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을 순 있겠으나 당장 나의 성장 여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오히려 막막하기만 했다. 예를 들어 생전 가본 적이 없는 남미의 파타고니아 트래킹을 1년 뒤에 떠날 테니 준비하다고 하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데, 차라리 다음 주에 청계산을 가자고 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당시의 나에게는 파타고니아 트래킹이 아니라 청계산 등산과 같은 구체적인 목적지가 더 필요한 상태였다. 목표가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가슴 떨리는 웅장한 느낌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의 오늘 어떤 노력을 실행해볼지에 대해서는 인사이트를 얻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 분은 나보다 거의 100년 가까이 앞선 시대를 살아오셨던 분이었고, 문화권이나 기업 등 여러 환경들이 달랐으니 그런 막막한 느낌이 더욱 컸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 롤모델을 찾아보려는 첫 번째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다.
지나친 거리감 때문에 한동안 잊고 살던 '롤모델'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다시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역시나 Project One을 통해서였다. 이곳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영상이나 아티클을 함께 보고 감상을 공유하는 P1 Cast라는 것이 있는데, 멤버인 양준식 님께서 아래 영상을 공유해주셨다. 구글에서 일하는 조용민 님께서 세바시에서 하신 "자기를 혁신하는 방법" 강연이다.
해당 강연 영상에서 조용민 님께서는 '최근에 만난 5명의 평균이 당신이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서 본인이 갖추고 싶은 역량별로 각각 5명씩 멘토 풀 (Mentor Pool)을 관리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각각의 멘토들로부터 내가 키우고 싶은 역량에 해당하는 동기부여와 방향성을 자주 공급받는다는 팁이었다. 아래는 강연에서 공개해주셨던 조용민 님의 멘토 풀이다.
앞서 설명했던 '북극성' 롤모델을 설정하는 방법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 방법을 통해 많이 보완해볼 수 있었다. 모든 면에서 내가 닮고 싶은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보완하여, 각각의 롤모델(멘토)로부터 닮고 싶은 역량들을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훨씬 더 구체적으로 목표 설정이 가능하였다. 위의 예를 들면 커뮤니케이션 멘토인 김태원 님으로부터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멘토로서 영감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김태원 님의 분석력이나 피트니스를 배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와 같이 실제 내가 알고 있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나, 권지용/랩몬스터/추성훈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롤모델을 설정함으로써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쉽게 관찰하고 배울 수 있었다. 기존의 북극성 롤모델 접근법보다 여러모로 훌륭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조용민 님께서 설정하신 분석력 / 커뮤니케이션 / 개인 브랜딩 / 리더십 / 피트니스와 같은 5가지 분야처럼, 내가 갖추고 싶은 역량을 설정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목표 설정이라는 어려운 과업을 조금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사람이라는 형태로 치환하여 진행하는 것인데, 다시 추상적인 역량의 영역으로 돌아오니 문제가 다시 어려워진 느낌이었다. 너무나 좋은 방법이었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롤모델을 정해야 하지'라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었다. 이 역량도 필요하고, 저 역량도 중요한데... 수많은 것들 중에 내가 진짜 키워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나도 따라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시원하게 성공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들어 팀원과 상담을 하면서 다시 롤모델에 대한 생각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 일을 시작한 지 3년 정도가 된 팀원인데, 그동안에는 마냥 배우고 익히는데 급급했는데 요즘은 어떤 방향으로 본인이 성장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커리어 성장의 5단계"라는 글에서도 다룬 적 있지만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배우고 학습하는 레벨 1을 벗어나서, 본인의 영역이라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레벨 2에 접어드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 전문영역이 어디가 되어야 하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 본인이 잘하고 싶은 영역이 무엇인지, 누구를 롤모델로 생각해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롤모델을 설정하는 일이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어서, 어떻게 조언을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과거에 해봤던 방법이 생각이 났다. 앞서 언급한 조용민 님께서 언급하신 '최근에 만난 5명의 평균이 당신이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서 해보았던 방법으로, 내가 가장 많이 교류하는 5명의 사람을 나열하고 그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는 방법이다. 당시에 아내, 대표님, 팀장님, 동료 등을 나열하고 각각 그들의 장점을 2~3가지씩 꼽아가면서 정리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조금 부끄럽지만 당시 내가 정리했던 내용을 조금 언급해보자면) 내 아내가 가지고 있는 업무적인 완벽주의와 공감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대표님이 보여주셨던 사업적인 상상력과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성취욕 등을 기록해놓았다.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장점은 사실 2~3가지가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할 것이고, 내가 꼽은 그들의 장점이 그들 각각의 최고의 장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장점이기 때문에 내가 닮고 싶고, 추구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어 있는 항목들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롤모델을 활용하는 두 번째 방법인 "분야별 롤모델" 선정하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어떤 분야가 중요한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인데, 오히려 사람에서 출발하여 닮고 싶은 그들만의 장점을 나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립이 되는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방식으로 출발을 하다 보니, 이쯤 되면 롤모델이라는 표현보다는 벤치마킹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롤모델이라는 막연한 단어에서 출발했던 것보다는 목표의 가시성이나 구체성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었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장점들이 존재하고 나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나열해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정리해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자주 접하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자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장점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야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넓은 이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누가 나에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롤모델이 없다고 대답한다. 누구나 끄덕이면서 인정할 수 있으면서도, 왠지 나만 꺼내 들고 싶은 유니크함이 있는 사람을 나의 롤모델이라고 멋지게 꺼내놓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런 롤모델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해보았지만 '롤모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최소한 내가 활용하기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멋진 사람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보다는 못난 사람을 보면서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누군가를 보면서 자극을 받기보다는 내 모습을 거울 보듯이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에게는 맞았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하기 위해 방향성을 잡고 전진하는 것은 너무나 필요하고, 성장/성공/역량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보다는 롤모델과 같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으며,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북극성이 될만한 단 한 명의 사람이 없다면 분야별로 쪼개서 여러 사람을 롤모델로 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멀리 떨어져 있는 막연한 사람보다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배울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