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 읽어주고 도닥도닥 위로하는.
2024년 3월.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계정 하나를 만들어 유튜브를 시작했다. 링크를 sns에 띄우는 형식으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보이도록, 꽤나 조용히. 그리고 적지만 꾸준하게. 콘텐츠를 올리면서 생각한 것은 나는 참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과 무언가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스스로에게 그 행위 의외에도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현실세계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사실 쉽잖았다.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도, 내가 하는 콘텐츠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가늠이 어려운 상태에서 나는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되는 '라디오' 같은 채널을 시작했다. ASMR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간지럽고, 낭독이라고 하기에는 또 조금 거창한 것 같은 책의 일부를 조곤조곤 읽어주는 게시물을 왕왕 올리는 그런 플랫폼을.
콘텐츠들은 주로, 해가 기운 저녁이나 밤에 촬영되었다. 작은북라이트를 하나 켜 두고 촬영하는 컨셉이었다. 컬러가 들어가면 화면의 다채로움이 자칫 소리를 누를까 염려되어 영상도 전부 흑백으로 바꾸어 올렸다. 추천하는 책의 몇 구절을 읽고, 마지막에 책을 소개한 후 그 책에 어울리는 곡 하나를 큐레이션 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영상이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는 시대에서, 여백을 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띄우고, 빈칸을 주고, 눈을 감고 들어도 그 이후를 떠올릴 수 있는. 어쩌면 영상이 아닌 소리에 오롯이 집중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이 바쁘고 모두가 허덕대며 지나가는 일상. 책 한 페이지 펼치기 어려운 하루지만, 그렇기에 누군가의 책 추천한 줄이 어떤 이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던 채널을 25년에는 목상태 이슈로 조금 오래 방치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저번주 주말. 이 채널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뒤돌아 앉은 내 자아의 어느 부분에게 너무 무심한 짓을 하는 건가 싶어, 오랜만에 먼지를 툭 툭 터는 기분으로 계정에 접속했다.
흐릿했던 채널의 콘셉트를 다시 정하고, 확실한 캐치프레이즈를 잡았다. 유튜브 채널명 하단에 뜰 워터마크를 디자인하고, 채널명에 넣을 로고도 새로 만들었다. 제미나이의 도움을 빌려 제목 변경이 필요한 게시물들은, 변경을 거쳐 다시 저장했다. 구독자 마흔여덟 명.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수였다. 잠시 채널을 지긋하게 쉬는 동안에도 구독을 끊지 않고 유지해 준 구독자 분들에게, 괜스레 감사한 마음이 솟았다.
' 읽는다는 것은, 눈을 뜬 채 꾸는 꿈이다. '라는 작자 미상의 문장 한 줄과 함께, 게시물 하나를 업로드하고 나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품이 드는 일이지만 가만히 멈춰있다 움직이기를 선택하는 것도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하릴없이 생각했다.
"저 북튜버예요!"라고 말하기엔 아직 부끄러운 게 현실이지만, 앞으로 마음에 남은 글줄들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마음으로. 마치 편지를 부치듯이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것은 기쁜 일이고, 내게 좋았던 것을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것은 조금 더 기쁜 일이므로.
https://www.youtube.com/watch?v=rvE5jRTuW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