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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yalko May 21. 2023

모모의 개복수술

순식간에 일어난 이야기

선형이물질이 동물의 장에 들어가면 그렇게 위험한지 몰랐다. 더 빨리 못 먹게 저지할 수 있었다. 모모는 먹는 게 아니면 뱉어내니까, 혹시 먹더라도 응가로 나오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먹었을 때 곧바로 응급실에 갔으면 내시경으로 빼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 했고.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은 걸 보고 병원에 데려갈 때만 하더라도, 소화제 같은 약 먹으면 괜찮겠지 했다. 응급상황이니 바로 배를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토요일 저녁 8시 넘어서 들었고, 기저질환 없는지 각종 검사 끝에 밤 9시에 수술 시작. 11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막상 수술 후 꺼낸 이물질을 보니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섣불리 개복수술을 택한 것인가 하는 후회를 했다.


ICU 케이지에서 비몽사몽하던 모모를 멀리서 보았고,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알지 못한 채로 무기력하게 눈을 감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던 가여운 모습이 일주일내내머리속에 맴돌았다. 아침 6시면 밥 달라고 보채는 모모가 집에 없는 너무 이상한 아침을 맞이한 수술 다음날, 아이가 흥분하면 안 되니 면회는 금지라고 했으나 곧 해외출장을 가야하니 면회를 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수술 후 20시간 만에 첫 끼를 직접 먹일 수 있었다.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병원과 엄마와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속상한 마음에 훌쩍거리다가 사람들이 힐끔거리길래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 모모가 수술한 병원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수많은 테크니션 선생님들이 잘 돌봐준다고 했다. 아침 저녁으로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주었다. 밥을 먹다가 먹지 못하다가를 반복했다. 흰죽이나 바나나라도 갈아서 먹여보면 어떨까요, 라고 카톡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몇 시간 동안 답이 없다. 내 카톡에 답을 하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의 후 답이 가능하지만 주치의들은 너무 바쁘다. 가장 빠른 건 그냥 병원에 가서 직접 이야기하고, 주치의 면담을 잡는 것인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일이 도움이 되었다. 출장이라는 특성답게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 만났고, 진심으로 반갑게 웃었다. 모모가 아주 큰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있는 동안 엄마가 대신 아이가 기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또 면회와 면담으로 해결해 주었다.


염증 수치와 백혈구 수치를 매일 아침 사진으로 받아보았다. 난 의사는 아니지만 이제 주요 수치의 추세를 볼 수 있었고, 모모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다. 모든 위장과 소장을 헤집을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기에 남아있던 이물질들이 배변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아무래도 병원 환경이 낯설고 주 보호자인 내가 면회도 오지 않으니 밥을 많이 먹지 않는 것 같았다.


주요 혈액검사 수치가 괜찮아 수술 후 5일째인 목요일에 퇴원을 했다. 집에 온 모모가 너무 기쁜 나머지 거실여기서 저기까지 뛰어다녔다고 한다. 수술 부위가 터지면 안 되서 엄마가 자제시키느라 혼났다고 한다. 퇴원을 했으니 그 동안 약을 주사로 맞다가 내복약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위장에서 받아주지 못해서 자꾸만 토하려고 했다고 한다. 나는 금요일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너무 피곤해 쓰러지듯 잠들었고 새벽 2시에 눈을 떠서 엄마와 통화를 하지 못했는데, 딱 그 시간동안 모모는 많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또 집안 어딘가에 계속 숨어있기만 해서 엄마가 너무 걱정이 되어 내가 혹시 전화가 오면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걱정했다고 한다.


먹은 게 적어서 배변이 활발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단 판단에 엄마는 토요일 아침 고구마를 찌고 물을 넣고 갈아 고구마라떼를 만들어 먹였더니 이내 배변을 했고밥을 먹었고 기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모모와 나는 드디어 토요일 저녁에 상봉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던 내 친구 모모. 가방 던져놓고 손만 씻고나와 모모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니 또 오랫동안 어디를다녀왔냐는 눈빛이다. 내 손에 얼굴을 파묻고 또 손등을 핥았다.


이제 괜찮을거야 암 이제 괜찮아. 모모가 내게 해 준 말


오늘 수술 후 8일째. 다시 초음파를 했다. 복수는 없어졌고, 장벽이 두터워지고 있으며, 복막염은 조금 남아있다고 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우리 모모가 워낙 밝고 무던한 성격이라 잘 회복할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직 먹을 것, 배변, 내복약 등등 살뜰히 챙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제 우리가 밥을 먹으면 주변에 와서 본인도 달라고 하는 모모로 돌아왔다. 모모는 정말정말 큰 수술을 한 셈이고 아직 완벽히 회복한 게 아닌데, 모든 강아지가 그러한 것처럼 아픈 티를 내지 않고있다.


끝까지 힘내서 꼭 아무렇지 않게, 무지무지 건강해지자. 사랑해 우리 모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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