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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atever Jan 20. 2023

선택이 가지는 양면성에 대하여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호기롭게 첫 글에 '교사를 관둔다는 선택에 있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앞으로 있을 내 미래가 기대된다'라고 썼던 나 자신에 대해 꽤나 민망하다. 왜냐하면 후회한다는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선택에 점점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이, 지금의 상황과 느끼는 감정에 대해 거짓 없이 적어 보려고 한다.


일단  안전하게 뻥뻥 뚫린 선로가 정해져 있는 달리는 기차의 기찻길에서 탈선을 했다.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속도는커녕 방향조차 정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냥 내가 현재 시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야 한다.

누가 좀 알려줘......... 이거 맞아?

나는 정규직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이 주는 여러 이점들에 대해 그동안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몰랐던 것 같다.


교사 당시 정년이 보장되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좋게 느껴지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나의 30년의 인생 동안 내가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고 반드시 정해진 루트로 지금 학교 5년-> 다음 학교 5년->...으로 살다가 정해진 나이에 은퇴하면 된다고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1년 동안 촘촘히 짜여 학사 일정 역시 내가 1년 동안 정해진 날에만 쉴 수 있고 정작 내가 쉬고 싶은 날을 단 하루도 자유롭게 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었다. 완전하게 보장된 육아휴직 제도 역시 오히려 내가 과연 아이를 낳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 스스로 가치 판단할 기회 없이 이이 옳은 방향성이라고 정해주는 환경 속에 편승하는 것만 같이 느껴졌었다.


지금은.............. 정규직, 안정적, 휴직 보장, 워라밸 보장 등 피상적인 단어로만 느껴졌던 단어들이 정말 누군가에게 있어, 혹은 나에게 있어 큰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가슴으로 알아가는 중이랄까.


  현재 상황을 말해보면 대학원에 들어온 지 딱 일 년이 되어 가는데, 정말 밤낮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무엇을 이뤘니?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성과를 내지 못했고, 연구 주제는 엎어지기 직전이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많다. 취업은 할 수 있을까? 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배우는 걸까? 매일매일 야근을 하는데도 왜 타임리밋에 이렇게까지 쫓겨서 하루도, 주말조차 맘 편히 쉴 수 없을까? 이렇게 살지 않아도 나보다 돈 많이 버는 사람들 세상에 천지인데?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영원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없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30년이 보장된 그 안정성이 과연 졸업은, 또 취업은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한 나에게 조금은 삶의 방향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한 해가 정확히 짜여진 학사 일정은 짜여진 날 쉬어도 되니 맘 편히 좀 며칠이라도 쉬고 싶다. 보장된 휴직 제도 역시 직장에 가봐야 알겠지만 급변하는 it 사회 속 반년만 쉬어도 남들보다 도태되고 경력 단절이 될 것을 고민하게 될 시점도 올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선택에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난 세상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아주 많다. 좁은 환경 속에서 벗어나, 21세기 사회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여러 기술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어떻게 발전되어 나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정말 대단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세계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선택의 양면성과 겸손의 미덕을 온몸을 바쳐서 배우고 있는 것 같달까...? 포켓몬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내가 전설의 포켓몬이면 참 좋으련만..... 난 그냥 몸통 박치기 기술 하나 가진 흔해 빠진 꼬렛 한 마리인데 세상에 얼마나 무서운 포켓몬이 있는지 모르고 냅다 그냥 들이박고 보는 거다.


;; 누가 제 삶 훔쳐보는거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진흙탕을 계속해서 구르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노력들이 다 점의 연결처럼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다. (제발 그러길요ㅠㅠ)

기죽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몸통 박치기 하면서 세상과 부딪쳐 볼 것이다. keep going no sibal !!!


아 몰라. 됐고 이 시간에 논문이나 한 편 더 읽자!

흔한 대학원생의 짤막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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