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May 18. 2024

용기 내어 읽어 보려 한다

-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데모"

꽤나 오랫동안 마음을 힘들게 하는 어떤 세상을 나한테 들이는 것을  자제해 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힘듦이 나의 힘듦이 되었었고 타고난 성품이 남이 힘든 것을 보면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도 나에게 들여놓고  다 녹여내지 못한 많은 사연들이 내 마음속에 무겁게 있었던 것 같다.  인들의 고민, 책, 영화 등 등 마음에 담기에 너무 무거운 느낌의 것들을 도 모르게 자꾸 걸러내었다.  문득 내가 그런 것들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힘듦을 호소하는 친구에게도 잔인하지만 너의 힘듦을 나에게 그만 전하라는 말로 지인이 직접 전하는,  사실 좀 들어주어야 하는, 사연도 차단해 버렸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 내가 비겁해졌나?  스스로 그런 질문이 생겨 날 때 아마도 본능적으로 나도 살아야겠다는 무의식의 작용이라며 나를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 여전히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대부분의 것을 회피하고 있다.


책소개 팟캐스트에서 정보라 작가의 "아무튼, 데모"를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아는 정보라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행동하는 시민이다. 그래서 그분은 나에게 법정스님만큼의 무게를 가진 분이다.  2022년 정보라 작가는 맨부커 상 후보로 올 그에 관한 인터뷰를 했고 나도 그중 하나를 들으면서 정보라 작가가 어떤 신념을 소유한 사람인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작가의 특이한 이력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에 데모나 1인 시위의 형식으로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데모나 시위를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나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일을 직면할 수도 있어 웬만한 마음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라 작가에 대한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이 아무튼 시리즈에서 정보라 작가가 데모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책에는 나도 경험했던 어떤 데모도 있을 것인데....  그래서...  아마 내용이 무겁겠지 내가 저 심하게 감정이입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도서자료를 검색해 보니 대출이 가능하단다.  용기 내 볼까?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참가했고 경험한 데모의 이야기를 무거운 방식 말고 좀 다르게 풀어을 수도 있으니 힘들거라 지레짐작하지 말고 책을 열어보자 하고 도서관에 왔다.

첨부터 차례로 읽지 않고 마음 가는 제목부터 읽는다.  책의 맨 마지막인 "유토피아"를 먼저 읽었다.  내 마음또 대부분의 우리의 마음 한 자락이 그 챕터에 있는 것을 보았다.  또다시 차례로 돌아가 마음 가는 제목을 찾았다.  "오체투지"를 읽었다.  읽는 동안 절절한 마음도 일어나고 내 팔다리가 저린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내가 빙그레 웃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가 같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다시 등에 올려놓는 연습을 시작한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이탕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