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수영장에 다니면서 음파동기 (신기초부터 수영을 같이 배운 친구)들과 매주 1회 티타임을 해오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수준이나 원하는 영법을 배우느라 같은 반에서 수영은 하지 않지만 매주 만나는 자리에서 근황도 묻고 요즘 각자 하는 수영은 어떤가 이야기하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대부분 나보다 연장자라 티타임의 주제는 건강이나 자녀들의 혼사 또는 때때로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 메뉴이다. 요즘 와서 느끼는 것인데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우린 친구이니 서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안부를 묻는 행위를 하고 있잖아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먼저 말을 붙이지 못하는 내 성격상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처음 이 분들이 2019년 어느 날 수영 끝나고 차 한잔하고 가자고 했을 때 너무 좋았고 아마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
오늘은 10시 수어 출석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영 끝나고 밥 먹으러 집에 갈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 준비한 음식을 수영장 야외 휴게실에서 먹고 있었다. 혼자이다 보니 눈은 둘레둘레 주위를 본다. 무리도 있고 나처럼 혼자인 이들도 있었다. 몇 년을 이곳을 드나들었지만 휴게실에 혼자 있기는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와 혼자 일 때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 그 공간에는 나를 위한 온기가 없었다고나 할까. 나를 향한 어떠한 말도 눈빛도 없는 곳은 그냥 외로웠다. 혼자 오도카니 앉아 오물오물 먹는 음식은 맛도 없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아주 많은 마음을 담아 건네는 말이 아니어도 간단하게 인사하는 몸짓, 상대를 향한 눈빛 이런 것들이 보내오는 온기라는 것이 있구나 싶어 사실 조금 놀랐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같은 강습반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그들도 인사에 인색하거나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기보다 나처럼 먼저 말 건네기가 어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도 차갑고 느끼는 감정도 온기 없이 냉랭하다면 좀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수영장 가면 오지랖 넓은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여태 한 번도 인사하지 못한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 한 자락 먼저 건네 봐야겠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온기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나의 인사를 받은 이가 안 좋아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말자. 그저 나의 몫은 그 온기를 내 맘속에 담고 있다가 언제 어디서나 "안녕하세요"의 따스함과 눈꼽만치의 관심이라도 필요한 곳에 꺼내어 놓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가 아니라 용기 있는 자가 우리를 따숩게 한다로 바꾸어 보고 싶다.
말 한마디가 참 따뜻한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