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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스 Oct 18. 2024

퇴사일기

Ep9. 14켤레의 구두

새로운 사람들이 부서에 왔다. 

새로 온 분들을 환영하는 차원에서 치맥을 하기로 했다. 약속을 취소한다. 


어디서 오셨는지, 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물어본다. 

납득할만한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현 부서원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이름, 나이, 결혼여부, 입사일, 경력여부, mbti 등등.  

술잔을 기울이며 분위기가 짙어진다.


술이 취할수록 평소 하지 했던 말들을 밖으로 꺼낸다. 

이럴 때 꼭 취기를 빌려 짖궂은 농담을 던진다. 

평소에 일하면서 아쉬웠던 점, 마음에 안 들었던 것들 모두 쏟아낸다. 

짖궂은 농담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웃으며 센스있게 받아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일종의 인사평가다. 나는 너를 평소에 이렇게 생각해. 잘 하자. 너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거야.

그리고 마무리한다. 다 농담인 거 알지? 마음에 담아두는 거 아니지? 

억지로 웃지만 그 말조차도 쓰라리다. 꼭 그랬어야만 속이 후련했나.


1,2차를 끝내고 카페로 3차를 간다. 

앞으로 잘 해보자는 부서장님의 훈화말씀이 이어진다. 


집에 가고 싶어 눈을 내려 사람들의 구두를 쳐다본다. 

14켤레의 검정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중 몇 켤레가 남고 몇 켤레가 없어질까.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검정구두가 사라지고 각양각생의 신발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별의별 생각이 떠오른다. 

훈화말씀이 끝난다. 박수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간근무가 끝났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어폰을 끼고 막차에 몸을 싣는다. 

지금 가면 몇시에 도착해서 몇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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