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cle K Dec 23. 2019

#4. 기차역에서 관상보기

무엇을 하러 오셨습니까?

 철도회사는 사업자등록증 상 운송업으로 등록되어있지만, 역무원은 서비스 업무이기에 사람을 상대하는 게 힘들거나 반복된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직원은 힘들 수 있다. 역에서 하는 업무는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볼 수 있지만, 매번 다른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역의 다양한 업무 중 특히 내가 좋아하는 포지션은 매표창구에서 하는 발권 업무다. 그 이유는 내 나름의 재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고객이 무엇을 원할지, 어디로 갈지를 미리 예측하고 미리 컴퓨터 자판을 누른다. 물론 역무 경험이 두 달 밖에 안된 나의 감은 대부분 틀린다. 하지만,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이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지하철]

 첫 번째로 급하게 달려오는 고객이다. 이런 분들은 둘 중 하나인데, 열차를 놓쳤거나 급하게 표가 필요한 분들이다.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얼굴 표정과 달려오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 이런 고객에 대한 내 예측 성공률(?)은 70프로 정도는 될 듯하다.


 두 번째는 여행 목적지이다. 매표창구가 바쁠 때는 여력이 없지만, 고객이 적을 때는 다가오는 고객의 대화가 들린다. 고객이 사용하는 사투리를 들으며 대충 어디로 가실 지 예측을 해본다. 물론 생각보다 넓은(?) 우리나라의 여러 역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지만, 지역에 대한 예측을 하며 역 번호를(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역마다 고유 식별 번호를 가지고 있다) 누를 준비를 한다.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스위스 국내 열차]

 혹시라도 돈이 맞지 않을까 늘 걱정을 하며 근무하는 매표창구지만, 이런 나만의 소소한 재미를 가지고 근무를 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빨리 흐른다. 오늘도 묻는다.

 "고객님, 어디로 가십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3. 내겐 너무 어려운 기차 예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