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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Jun 27. 2022

테니스, 친구 찾기

숨겨진 실력자들

 오늘 밤, 드디어 윔블던(Wimbledon)이 시작한다. 4대 메이저 대회만 기다리며, 열심히 경기를 시청해도 1년이 훌쩍 지나가는 기분이다.(물론 나도 그만큼 늙어간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첫 번째 시합은 2021년 윔블던 우승자이자 1번 시드인 세계 3위 조코비치 선수이다. 상대는 바로 대한민국의 권순우 선수! 객관적인 커리어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최근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권순우 선수이기에 기대를 갖고 시합을 기다린다. 우승을 위해서 7번의 경기를 이겨야 하는 조코비치는 체력 안배를 위해 빨리 끝낼 전략이 예상되고, 매 경기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뛸 권순우 선수가 그 틈을 잘 이용한다면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권순우 선수 화이팅!(윔블던답게 기네스 한 캔을 냉장고에 넣어뒀다)


 요즘에는 테니스가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테니스 동호인들은 곳곳에 숨어 암약하는 의적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운동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쑥스럽게 '테니스.... 요..'라고 답하기 일쑤였고, '피부가 많이 타셨네요, 여행 다녀오셨나 봐요?'라는 질문에 '테니스를 많이 쳐서요..'라고 수줍게 대답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은 이후, 띄엄띄엄 운동을 했지만, 내 마음속에서 선정한 '인생 운동 순위' 1위는 언제나 테니스였다. 거의 20년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나눴던 대화들은 첫사랑의 기억보다 생생하다.


Case 1. 숨겨진 오픈부 실력자, L 선배님

 제휴 관계로 만났던 L 선배님과의 첫 만남은 회식 자리였다. 대전의 오래된 식당 방 하나를 예약해서 회식 중이었다. 양 사의 어르신들은 방 안쪽에서 얼큰하게 취해가고 계셨고, 난 문 앞에 앉아 회식 장소의 전체적인 관리(예를 들어 음식 및 술 주문, 다 먹은 접시 빼기, 새로 온 음식 받기 등 굉장히 중요한 허드렛일)를 하고 있었다. 내 앞에 굉장히 마르고 피부가 검게 그을린 분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계셨다. 제휴사에서 상당히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셨는데, 그런 모습이 1차적으로 호감이 갔다. '혹시 골프 좋아하세요?'라는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테니스를 좋아해요.'라고 답하셨던 L 선배님. 그 대답 이후, 나의 중요한 회식 장소 관리 임무를 망각하고, 테니스 이야기로 엄청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인연이 되어, 결국 같은 회사에서 잠깐 동안 함께 근무할 기회도 생겼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사무실에서 레슨을 해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L 선배님은 오픈부 시합에서 우승을 몇 차례 하신 정말 숨겨진 실력자였다. 가끔 대회에서 받으신 상금으로 밥도 사주시고, 테니스 용품도 주셨던 L 선배님과의 만남은 정말 잊히지 않는 추억이다.


Case 2. 출장 중 만난 A 간호사 선생님

 여행사 근무 중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코타키나발루에 출장을 갔다. 그 당시 나는 오른쪽 팔꿈치 테니스 엘보로 엄청 고생을 하고 있었고, 나에게서 풍기던 파스 냄새를 맡은 한 분이 묻는다.

  '어디 안 좋으세요?'

  '네, 요새 테니스를 좀 많이 했더니 오른쪽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요.'

 마침 질문을 하셨던 분 역시 테니스에 푹 빠져 레슨도 열심히 받고, 대회에도 참가하시던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4박 5일 출장 중 테니스 엘보 치료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고, 테니스 관련 이야기로 꽤나 많이 친해졌다.


 이외에도 '테니스'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 정말 많다. 게다가, 지금 열심히 함께 운동하는 BV 회원분들 역시 너무도 소중한 인연들이다. 지금의 테니스 인기가 계속 유지가 되어서 '좋아하는 운동은 테니스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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