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윤 Apr 08. 2018

형태가 아닌 ‘기운’을 그린 예술가, 자코메티

-알베르토 자코메티 展-


   이번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의 Vogue like a painting 展 같이 특색있는 전시부터, 저번에 다녀왔던 그대, 나의 뮤즈 展 처럼 많은 명화들과 그 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전시까지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어서 한가람 미술관에 꽤 자주 방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입장료는 성인 기준 16000원, 부담없이 가기 쉬운 전시는 아니었지만 관람 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아깝지 않았습니다. 전시장 전체가 자코메티라는 작가의 인생을 설명하고 있어요.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자코메티를 둘러싼 지역과 인물을 모두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한 바퀴를 모두 관람하는 데에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걸어가는 사람2, 1960

    알베르토 자코메티, 라고 하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아마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작품을 보면 아! 하고 무릎을 탁 치실지도 모릅니다. 자코메티의 작품 중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작품이다, 라고 알려져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괜히 전시를 감상하기 전에 긴장이 되더라고요.


    내가 자코메티의 작품을 관람할 수준일까? 하는 생각에 말이에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대가들의 작품을 보다보면, 해석을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보기가 쉽상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자코메니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이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의미가 있었어요. 제 생각에는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들 하나하나가 저에게 날것의 질문을 던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들을 보면서 발걸음을 뗄 때 마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 때문인지, 혹은 벽에 적혀있는 글귀들이 그 고민을 더해주기 때문인지, 점점 걸음이 무거워져서 계속 멈춰서서 자코메티가 던지는 질문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자코메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고 해요. 조각을 하게 된 것도, 가장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어서 말이에요.


사람이 산다는 건 무엇일까? 존재란 무엇일까?


1839년 카메라가 발명되자, 자코메티는 사물의 형태를 관찰하고 이를 표현하던 과거와 달리 사물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했고, 조각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는 시각적 요소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지식과 선입견의 필터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잊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의 작품을 보는 우리,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존재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더군요.



    인간의 삶, 삶의 본질에 대한 자코메티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스무살 자코메티가 60세 노년의 낯선 신사와 여행 도중에 만나 같이 다니는 도중 노신사의 죽음을 목격한 사건입니다. 이 때 자코메티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해요.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며, 본래 생명의 본질은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나중에는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올 ‘죽음’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코메티는 조각을 택했던 것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인간의 외형, 형태가 아니라 ‘영혼’을 담은 조각을 작업함으로써, 불멸할 수 없는 인간의 영혼을 영원히 살아있는 조각으로 만드는 방법 말이에요.

자코메티, 로타르 좌상


   그의 스무살, 그가 목격했던 죽음의 순간을 통해 40년 동안 인간의 삶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며 작업을 한 자코메티.


   ‘천억 원이 넘는 조각을 만들었다’ 라고만 자코메티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년기부터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했던 그의 가치관을 먼저 이해하게 된다면 그의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자코메티 전]은 전시장 전체가 꽤나 친절한 도슨트 자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거장의 인생을 모르고 보는 관람객들을 위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인 기획이라고 느낌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일까 꽤나 많은 관람객이 전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전시회의 구성이 조금은 전과는 다르게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오디오 가이드, 도슨트 뿐만 아니라 전시에 기획자가 개입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자코메티 전]은 부담없이 가서 큰 질문들을 얻어올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인간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자코메티. 그리고 그를 둘러싼 피카소와 마티스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 현대인들에게 잠깐의 사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자체로 하나의 도록처럼 보이는 이번 전시는 미래의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명 :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
일자 : 17.12.21-18.04.15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주최 : Fondation Giacometti, 국민일보
주관 : 코바나컨텐츠, 위키트리
문의 : 02-532-4407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느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