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KW 현대미술관; 폐공장에서 베를린 비엔날레 주최 기관이 되기까지
1991년, 마가린을 생산하던 베를린의 한 폐공장이 KW(Kunst Werke)라는 이름의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하나하나 공들인 전시로 퀄리티 있는 연구 성과를 선보이는 이곳은 베를린 비엔날레를 주최하는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다양한 시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아온 만큼, 베를린 미술계 특유의 역동적 분위기가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베를린 미테(Mitte) 지구의 한 골목에 숨어 있는 KW현대미술관은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생산합니다. 댄 그레이엄(Dan Graham, 1942-)이 직접 디자인한 미술관 안뜰의 카페를 비롯하여, 시민들을 위한 이벤트 공간과 큐레이토리얼 사무실, 전시실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지요. 그래서인지 건물 중정에서는 이웃집을 드나들 듯 편안한 차림으로 나와 커피를 즐기고 전시를 관람하는 로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도시 속에 조용히 자리해 있다는 특유의 분위기는 물론, KW현대미술관은 전시기획의 측면에서도 돋보입니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특정 컬렉션이 없기 때문에 큐레이터들은 지속적으로 유연한 기획을 진행합니다. 그 덕에 이곳에서 펼쳐지는 전시의 맥락은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전제로 하게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은 발 빠르게 사회와 정치의 문제에 대응하며 트렌드를 읽어내는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편, 폐공장이었던 건물은 ‘국가 도시 유산 보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새로운 모습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도 18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의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지요. 기존 전시장 건물의 양옆으로 날개 형태의 공간이 추가되어 더 넓은 형태를 띠게 되었을 뿐, 건물의 역사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콜롬비아의 작가이자 ‘라틴 아메리카 팝 아트의 여왕’으로 불리는 베아트리스 곤잘레스(Beatrice González, 1938-)의 회고전입니다. 지난 60년을 톺아보는 본 전시는 라틴 아메리카 미술계에 숱한 영향을 미친 작가의 대표작을 선보입니다.
곤잘레스는 다른 작가의 작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유의 푸른빛으로 슬픔을 담아냅니다. 눈을 가리고 우는 얼굴들 또한 작가가 즐겨 그린 인물의 형태인데요, 이는 작가가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콜롬비아 정치 격동기를 거치며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사회 속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스크랩하고, 특정 사건에 대한 인물사진을 회화로 옮긴 연작은 일상과 정치를 모두 넘나드는 작업이었지요.
미술관 가장 안쪽에는 순수예술과 디자인, 하이컬처와 로우 컬처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모나리자>와 <피리 부는 소년> 등의 명화가 가구의 형태로 재현되어 있지요. 이처럼 곤잘레스는 도상학적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서양 회화와 남미 전통의 상관관계를 공고히 하였습니다. 이곳에서의 회고전은 곤잘레스의 작업을 폭넓게 선보이는 독일 최초의 전시입니다.
예술과 낭만으로 가득한 베를린 미테 지구에서 전통과 현대, 서양과 남미가 융합되는 순간을 즐겨보세요!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 관람 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 개관, 화요일 휴무
* 주소 : Auguststraße 69, 10117 Berlin, Germany
* 홈페이지 : https://www.kw-berlin.d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