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참 묘하다.
그 이름마냥 보고만 있어도 예쁜 연꽃이 물 위가 아니라 나무 위에 폈으니 얼마나 예쁜가.
특히 활짝 폈을 때보다 이제 막 피려고 움틀 때, 막 몸집을 부풀리는 봉우리 시절 일 때의 목련은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발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목련은 누구보다 빨리 진다.
다른 꽃들이 아직 늦잠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겨울의 마지막 순간에서 초봄 즈음. 누구보다 부지런히 목련은 그 생명을 틔우고, 다른 꽃들이 느지막이 일어나 각자의 뽐을 낼 때, 목련은 스러진다.
그래서 목련은 피기 전에 가장 예쁘고, 지는 모습이 가장 예쁘지 않은 꽃이라고도 한다.
고개를 들면 온갖 꽃들이 활짝 피어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곳곳에 매달려 도도하게 턱을 치켜 들고 있는데, 발아래엔 거무칙칙한 색으로 떨어진 목련이 가득한 풍경이 너무나도 대조되기 때문에.
헌데 목련만큼 묘한 것이 또 사람이 아닌가.
사람은 바스러지는 데에 끌리는 법이다. 내 몫을 다하고 스러지는 모든 것, 기울어가는 모든 것, 추락하는 모든 것에 끌리는 법이다.
소멸은 생과 가장 닮은 지점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바스러지는 곳에서 태어남을 그리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차오르던 모습을 기억해낸다.
추운 겨울 움츠리던 몸을 펴고 봄을 맞이하는 우리는, 그 짧은 순간 피고 지는 목련을 보며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감상을 스치듯 머금는다.
목련에서 일 년을, 삶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활짝 핀 목련이 오늘은 괜스레 더 슬프다. 그 시선엔 피고 지는, 혹은 피고 졌던 우리 모두가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