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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Feb 10. 2024

2024.2.10

올해 설은 동거인 3명끼리 보내게 되어 단촐하다.


예년 경험 상 아무 준비 없이 명절을 맞으면 명절 당일에 명절 음식이 무지 땡긴. 타고난 식탐과 싸우기 싫어 이번에는 대비를 좀 한답시고 미리 재래시장에 가서 전과 잡채와 떡국떡을 사고 한살림에서 냉동 사골국을 사다 놓았다.


냉장고에 한우 안심이 있는 것과 얼마전 요리책에 너비아니 레시피가 있던 생각나서 재료를 보니 대충 집에 있었다. 요린이 주제에 너비아니가 웬말? 아직도 뿌듯하고 우쭐하다.


비록 사다 먹을지언정, 명절 음식을 차려 먹은 건 릴스에 절치부심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안그래도 요리가 서툰데 거치대를 이리저리 옮겨 가며 안 나오는 각을 맞추다 보면 뭐 하는 짓인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래도 릴스를 게시했을 때 올라오는 얼마간의 좋아요와 댓글은 중독성이 있다. 중학생 딸은 내 계정의 초라한 좋아요와 댓글을 동정하는 눈치지만 그 몇 안 되는 반응이 내게는 무척 소중하다. 무엇보다 릴스가 확실히 게시글 보다 도달수가 많다. 인스타 좀 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릴스를 해서 이젠 일반 피드가 심심해 보일 정도다.


이렇게 말하는 게 내가 생각해도 바보스럽지만, 꾸준히 쌓아나가다 보면 내 실력과 알고리즘이 골든크로스를 찍고 떡상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정식 론칭 전 테스트겸 쿠팡에 광고 없이 올려놓은 커트러리에 주문이 들어왔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광고비를 숱하게 쓴 상품들은 꿈쩍도 안 하는데 역시 고유한 상품과 가격, 상세페이지의 힘인가?


뼈아픈 광고비 폭탄을 교훈 삼아 기존 상품 상세페이지를 수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가 한참. 아침에 눈 뜨자마자 켠 인스타에서 최홍희 강사의 상세페이지 강의 광고가 떴다. '아! 작년에 최홍희 강사 강의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까먹었네, 복습하면서 기존 페이지들 수정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많이는 못 했다. 기존 상품 4개를 고쳤다.

 

재고가 끽해야 20개 있는 상품들을 한땀한땀 고치자니 이게 맞는건가 10분에 한번씩 잡생각이 올라왔지만 내겐 선택권이 없다. 고치기 전 페이지는 고객 입장에서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셀러 입장에서 '이 정도면 사겠지' 라는 뻔뻔하고 무성의한 것이었음을 내내 반성했다. 지금도 역시 고객 입장에서 충분하지는 않다.


수정 작업을 하면서 광고 돌리기 전에 상세페이지를 먼저 정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프게 다가왔다. 이제와서 광고를 끄면 리셋되니 끄지도 못하고 이게 내 수업료인가? 전에 오프라인 행사에서 만난 악세사리 쇼핑몰 사장님이 네이버 광고료 한푼 쓰지 않고 빅파워 유지 중이라고 인터뷰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던데 그것도 한번 봐야겠다.


아, 진짜 잘 하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그들을 선생님 삼아 배우고 채우는 수밖에. 그들처럼 못 한다고 스스로 탓하고 셀프 퇴장하기는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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