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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Feb 14. 2024

2024.2.13

오늘은 뭘 했나?


별 일은 없었지만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 오늘은 점심엔 뭘 먹었고, 저녁엔 뭘 먹었다고 쓴 날이 허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아무 것도 아닌 하루를 적어 본다.


이런 날이 또 오면 또 이 문구를 써야 하나? 미리부터 걱정이.. ㅎㅎ


오전엔 연휴 동안 밀린 택배 몇 건과 쿠팡 밀크런 신청 등등의 업무를 쳐내느라, 딸이 갑자기 몸이 안 좋다며 학원을 못 가겠다 하여 약간의 씨름을 하느라 나름 텐션 있게 보냈다.


남은 잡채와 전을 덮혀 점심을 차려 먹었고, 내일 집으로 초대한 친구 접대용 케익을 픽업하러 갔었다. 전 직장 동료가 차린 케익 집인데 발렌타인데이 용이라고 인스타에 깜찍한 걸 올렸길래 얼른 예약했었다. 케익 집 사장님은 안 보는 동안 교회를 나가고 있다고 했다. 몇 년간 교회 안 나가던 사람이 다시 나간다는 말을 들을 때 참 기쁘다.


케익 집에 간 김에 달달이 찾던 딸내미용 갸또 쇼콜라 케익도 샀다. 딸은 한 입 물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지를 치켜 주었다.


오늘은 직장인성경공부모임 예배가 있는 날이라 남편 저녁으로 뭘 해놓고 갈까 고민하다가 냉장고를 보니 두부, 달래, 호박, 고추 등 된장찌개 재료가 있는 걸 발견하고 후다닥 끓였다. 오리무중이던 끼니를 이렇게 극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정말이지 너무 감사하다.  


1시간 정도 업무를 보다가 나갔다. 오늘은 예배 전에 일대일양육 성경공부가 있었다. 평소보다 이른 6시 이전이라 교회 앞에 주차할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빈 자리가 있어서 감사했다. 오랜만에 순장님과 대면으로 맨투맨 해서 그런지 리액션도 좀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고 나눔도 더 풍성했다.


회사에 다닐 땐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회사원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살았던 것 반면, 재택 자영업자가 되고 나니 정체성이 하루 동안 여러번 바뀐다. 일했다가, 밥했다가, 설겆이 했다가, 엄마였다가, 기사였다가, 대표였다가. 2년이 꼬박 지나니 이젠 조금 적응이 된 것도 같다.


덩어리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제는 토막 시간이라도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성공을 위해서 주 100시간은 기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 씩 역할이 바뀌는 내 경우에는 시간이 얼마나 기냐 보다는 얼마나 밀도 있었냐로 판단해야 한다. 컴퓨터 앞에서 3시간 헐렁하게 보낸 것 보다는 백지 펴 놓고 15분 아이디어 정리하는 게 훨씬 생산적인 것 처럼.


별 것 없는 하루 기록하다가 이렇게 빠지기도 하네. 이건 삼천포라기엔 좀 의미있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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