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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Jan 24. 2023

틸다 스윈턴

여배우 패션 열전 (3)

이 영국 여배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가 않다. 말 그대로 육척 장신(179cm)에다 어딘가 귀족 냄새가 난다 했더니 과연 그렇다. 아버지가 스코틀랜드 베릭셔 카운티 주지사 출신으로 Sir. 호칭을 받았고 그녀 자신은 캠브리지를 졸업했다.


마치 '백인이란 모름지기 이런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창백한 피부와 주로 짧게 자른 금발, 칼 같은 턱선은 무섭도록 지적이다.


그녀의 이런 외모에 찰떡처럼 달라붙은 배역이 '아이엠러브(2011)'의 엠마 역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이 배우를 이 영화로 처음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녀의 영화를 다 볼 만큼 팬은 아니기에 단지 내가 아는 한에서일 뿐이다.



자주빛 와인 컬러의 원피스와 깔맞춤한 머리띠. 이 모습을 보고 심은하를 떠올린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집안일 할 때 앞머리가 성가셔서 하는 머리띠와는 차원이 다른 단아함이 돋보이는 그녀들.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캐주얼한 차림에는 브라운 니트와 머리띠를 톤온톤으로 맞췄고, 외출할 때는 자켓과 진주 목걸이를 라일락 컬러로 맞춘 모습. 


집에서나 밖에서나 머리띠는 여성스러움과 우아함을 담당한다.





영화 중간 다분히 의도적으로 앵글 안에 놓인 버킨백. 화면 왼쪽 아래 보이는 타원형 우드 보드는 가족들의 좌석 배치. 버킨, 좌석 배치를 한 화면에, 그것도 인물 없이 마치 정물화인 듯 잡은 건 이 집안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그녀의 일탈을 암시하듯, 아들 친구를 만나러 교외로 나갈 때는 경쾌한 오렌지 계열 컬러가 등장한다. 마치 '나도 점잖은 색 말고 비비드 컬러 입을 줄 알거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어느덧 후반부로 흘러가는 영화. 큰 변화를 암시하듯 그녀의 머리는 숏컷이 되어 있지만 컬러톤은 다시 가라 앉았다. 







아이엠러브의 의상 감독은 라프 시몬스였고 당시 그는 질 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질 샌더 특유의 구조적 칼선은 재벌집 며느리룩과 궁합이 좋았다.





이후 틸다 스윈턴과 라프 시몬스는 같은 감독(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비거 스플래쉬(2016)'에서 한 번 더 호흡을 맞추는데, 이 때 라프 시몬스는 로에베에 있었고 록스타역이었던 틸다 스윈턴에게 조금 더 로맨틱하고 분방한 스타일을 입힌다. 


분방하다고는 해도, 그녀가 걸치는 순간 풀어헤친 셔츠마저 철저하게 계산된 듯 클래식해져 버리고 만다.





요양 중인 록스타의 스타일은 미디, 롱, 셔츠 등 다양한 원피스 드레스와 플레어 스커트, 로브 등을 사용해 여성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연출했다.






나의 베스트픽은 영화 안에서 보다 아마도 로에베인 듯한 이 룩. 블루 배색의 화이트 턱시도 셔츠, 치노 팬츠를 연상시킬만큼 카키에 가까운 카멜 컬러 플리츠 스커트는 아이템 자체는 격식을 갖춰 주지만, 셔츠 카라와 소매를 자연스럽게 풀고, 보통 턱시도 셔츠에 입을 법한 딱 떨어지는 개버딘 팬츠가 아니라 스커트를 매치한 점, 위아래 모두 면 소재라는 점 등의 디테일로 뻔한 코디를 매우 영리하게 피했다.


제아무리 으리으리한 행사장이라도, 누가봐도 티 나게 한껏 차려 입은 것 보다는 예상 밖의 반전미를 노리고 또 그것이 통하는 시대. 어떤 브랜드를 입든, 중성적이든, 여성스럽든 단번에 '틸다 스윈턴 표'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의 예리함이 더 기대된다.



그녀의 시그니처였던 구조적 중성미


틸다 스윈턴 표 여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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